“두 분 지금 개그해요?” 황당한 ‘100분 토론’ 비난 빗발

기사승인 2013-06-19 0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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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지금 개그해요?” 황당한 ‘100분 토론’ 비난 빗발


[쿠키 사회] 19일 새벽 방송된 ‘MBC 100분 토론’이 시청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부적절한 출연진과 격에 맞지 않는 표현, 황당한 결론 등이 쏟아졌기 때문인데 시청자들은 “황당함을 넘어 개그 수준에 이른 것 같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날 방송은 600회 특집을 맞아 사회 이슈에 대해 3부로 나눠 맞장 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2부 군가산점 재도입 논란 편이 가장 논란이 됐다.

지난해 9월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를 거론하며 한 사업가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녹취록이 공개돼 새누리당에서 제명된 송영선(60·여) 전 의원이 군가산점을 옹호하며 출연한 것이 먼저 도마에 올랐다. 송 전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다소 거친 표현을 사용해 비난을 자초했다.

송 전 의원은 ‘군가산점이 여성이나 장애인 등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군가산점은 근본적으로 여성과 장애인에게는 해당 안 되는 제도이며 단지 군필자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정책이다. 우리 사회에는 있는 자들이 군대를 기피한다. 18대 국회만 해도 수장부터 장관과 총리 등 군대 안 간 사람들이 많았다”며 “일반 서민의 눈으로 바라보면 ‘가는 놈이 병신이다’는 분위기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군필자의 사기 진작을 위해 군가산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놈’이나 ‘병신’과 같은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송 전 의원은 이어 군가산점 재도입을 주장하면서 “있는 자가 군대를 빠지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 사람들은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아요”라고 말했다. 군가산점 재도입의 논리를 희화화하며 수준을 낮춰버린 셈이다.

군가산점 반대편에 선 여성학자 오한숙희(54)씨도 군가산점에 대한 충분한 지식 없이 쟁점과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며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오한씨는 “군필자들에게 뭔가는 해줘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가산점이 최선책이 아니다. 공무원 시험에 목숨을 거는 여성이나 장애인들에게 가산점은 치명적”이라면서 “제대 군인에게 보상하려면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한씨는 군이 돈을 아끼는 방법까지 제시했다. 그녀는 “군 장성을 위한 골프장이 29개고 유지비만 200억 이라는데, 이를 제대군인을 위해 쓰라”거나 “차세대전투기 같은 사업에 리베이트 받았다는 기사가 많은데 이런 것만 막아도 큰 돈이니 이를 제대군인을 위해 쓰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돈을 아껴 제대군인에게 보상하는 방안은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하자는 주장과 직결돼 있어 군가산점 논의와는 동떨어진 주제다. 군가산점제가 모병제를 할 수 없는 현실에서 나온 대안이라는 지식 없이 토론에 임한 것이다.

오한씨가 제대 여군 가산점제나 군호봉 인정 등 관련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지상파 군가산점 토론장에 나온 것을 지적한 시청자들도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토론은 팽팽한 논리 대결이 되지 못하고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송 전 의원이 “군가산점은 군필자들이 공무원 시험을 볼 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니 보상해주자는 것”이라고 못박자 오한씨가 “그럼 육아나 출산도 똑같이 (상대적 박탈감이 있으니) 가산점을 주자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송 전 의원은 “지금 우리는 군가산점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했고, 오한씨가 “가산점이라는 글자 앞만 바꾸는 것 아니냐”고 재차 지적하자 송 전 의원은 “그럼 여성에게도 출산 임신 가산점을 주자고 논의하면 된다”고 동의했다.

즉 군가산점 재도입에 대한 맞장 토론에 나선 두 사람이 군필자에게 군가산점을 주고, 임신 출산 여성에게도 관련 가산점을 주면 된다고 인정해버린 꼴이다.

토론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내가 지금까지 뭘 본 건가? 개그인가 토론인가”라거나 “물의를 일으켜 당에서 제명된 사람이 장애인 비하하는 단어를 쓰고, 여성학자라는 사람은 지식도 없이 돈을 줘서 해결하자고 하고, 결국 두 사람이 제멋대로 군가산점제 외에 임신출산 가산점을 만들자고 동의해 버리면서 끝나네요”라는 글이 밤새 이어졌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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