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고 돗자리 펴서 밥먹고 곳곳서 추태 … 경복궁 야간개장 둘째 날 직접 가보니

기사승인 2013-05-24 05:12:01
- + 인쇄


[쿠키 사회] 경복궁 야간개장 둘째 날인 23일 밤. 노을이 지자 고궁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퇴근시간인 오후 6시부터 인파가 경복궁 주변을 에워쌌다. 경복궁을 관람하려는 행렬은 광화문 사거리까지 이어졌다. 입장권 판매소 주변은 어린이날 놀이동산처럼 인산인해였다. “들어간다고 제대로 관람할 수 있겠냐”는 말이 곳곳에서 나왔다. 6시반 입장이 시작되자 관람객들이 경복궁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자신의 20대 시절을 떠올리며 스무 살 둘째 딸과 경복궁을 찾아왔다는 양모(51·여)씨는 “이렇게 줄을 서서 궁을 관람한 적은 없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10개월 아이와 함께 관람하기 위해 주말을 피해 방문한 김모(37·여)씨는 “무료 개방하는 명절 연휴보다 사람이 훨씬 많아 놀랐다. 인터넷 예매를 한 게 다행이다. 몰랐다면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오래 기다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궁궐 안 상황도 비슷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상적인 관람이 어려워졌다. 근정전 앞은 록 공연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붐볐다. 안내요원들의 통제는 의미가 없었다. 간단한 방향 표시판조차 사람 숲에 가려 찾을 수 없었다. 경회루로 향하는 줄은 근정전 주변을 휘감았고 사람들은 방향을 잃고 인파에 휩쓸려 이동했다.



그래도 경복궁의 야경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날이 저물고 조명이 켜지자 경복궁의 매력이 뿜어져 나왔다. 근정전의 유려한 곡선과 색감, 위엄 있는 자태에 관람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달빛과 조명이 어우러진 근정전의 처마는 날아갈 듯 가벼웠다.

한국의 고궁을 처음 본다는 캐나다인 G씨(24)는 “야경이 환상적”이라고 감탄했다. G씨는 그러나 “사람이 너무 많아 경복궁의 운치를 만끽하지 못할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불썽사나운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들고 나가는 출입문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입장을 제 때 하지 못한 일부 시민들은 진행요원들을 윽박지르기도 했다. 잔디밭에는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심지어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 궁내에서 돗자리를 펴고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발견됐다. 입장권 확인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한 진행요원은 “입장권을 모두 확인한다”고 했지만 인파 속에는 입장권 없이 진입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3000원을 내고 입장권을 구입한 사람이 바보”라는 말이 들리기도 했다. 경복궁의 야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방문한 문모(54)씨는 “준비 없이 개방부터 한 것 같다. 입장권을 구입할 때까지 30분을 소모했는데 막상 들어오니 안내도 부실하다”며 “카메라에는 고궁의 야경보다 사람들의 모습이 더 많이 담겼다”고 했다.

싸우고 돗자리 펴서 밥먹고 곳곳서 추태 … 경복궁 야간개장 둘째 날 직접 가보니


경회루 입구에서 흥례문을 지나 광화문 밖으로 나오는 데 45분가량 소요됐다. 경복궁을 빠져나간 인파는 광화문 주변을 가득 채웠다. 횡단보도에는 인파에 밀려 건려는 사람들과 차량들이 뒤엉키기도 했다.

SNS에는 “빠져 나오는데만 1시간”, “호젓한 고궁의 야경을 기대하면 실망만 할 것”이라는 식의 비난글이 이어졌다.

문화재청은 뒤늦게 관람객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4만 명을 넘어선 토요일(25일) 인터넷 예매 신청을 중단하고 26일과 27일에는 인터넷 예매 3만명, 현장 판매 1만명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수민 정건희 수습기자

[인기 기사]

▶ 변희재 “이 X 논문표절 검증”…탁현민 “희재야 병원가자”

▶ 드라마 연개소문 출연 배우 성폭행 혐의 쇠고랑

▶ 손호영 차량에서 여성 변사체 발견 “충격”

▶ 박근혜 비하 그림 논란’ 평화박물관 압수수색

▶ 장윤정 동생 “내가 입열면 누나 다쳐” 발언 논란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