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군가산점제 부활? "남성들아,차라리 군대 안갈 궁리해라""

기사승인 2013-06-18 16: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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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김혜림의 세상에 말걸기] 여성은 강하다, 그러나 엄마는 약하다! 무슨 소리냐고?

1999년으로 기억한다. 여성특별위원회(현 여성가족부)가 군 가산점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당시 여대생과 신체장애가 있는 남대생 6명이 제대군인지원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놓은 상태였다. 공무원채용시험에서 현역 군필자에게 과목별로 만점의 3∼5%를 가산해주는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때에 열린 토론회이니 이목이 집중됐다. 그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났다. 토론자로 나섰던 여성계 인사가 ‘군대에 간 청년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울먹인 것. 지켜보던 여성계 관계자들은 아연실색했다.

나중에 그 자리에 있던 기자들을 초청한 그는 ‘아들이 군대 가 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군 가산점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던 여성이 아니라 자식을 군대에 보낸 엄마의 눈물이었다. ‘공사도 구별 못 한다’는 기자들의 힐난에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 해말 헌법재판소에서 군 가산점제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와 결과는 ‘해피 앤딩’이었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나보다. 군 가산점제 위헌 판결과 함께 시작된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 논의가 결국 군 가산점제 부활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국방부는 공무원 채용 때 군필자의 가산점을 총점의 2%, 정원의 10% 이하의 숫자를 ‘정원 외 합격’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은 응시자가 획득한 점수의 2%를 가산점으로 주고, 합격인원을 20%로 제한한다는 것이 골자다.

두 개정안 모두 위헌 처리된 제도와 오십보백보다. 국방부와 한 의원은 14년 전 헌재가 군 가산점제를 위헌 판결한 이유를 살펴보기나 한 걸까? 헌재는 가산점의 폭이나 가산점 혜택을 받은 합격자 수를 문제 삼은 것이 결코 아니었다. 헌법 제11조에 규정된 평등권과 제25조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임을 분명히 밝혔다.

사실 젊은 남성들에게 군 복무는 ‘신성한 의무’라기보다는 ‘강요된 의무’다.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렌다’는 청춘의 한가운데서 ‘녹색 제복’ 속에 갇혀 지내야 하는 2년은 보상해야 마땅하다. 다만 그 방법이 문제다. 여성, 장애인 등 군대에 갈 수 없는 국민들에게 불평등을 감내하게 하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번 개정안들은 취업지원 실시기관, 즉 공무원과 공기업을 비롯해 군부대, 국·공·사립학교 및 200명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체로 혜택의 폭을 확대했다. 하지만 가산점제를 도입하지 않았을 때 처벌 규정이 없어 시행되더라도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군제대자 중 공무원 시험을 보는 이는 1%도 안 된다고 한다. 국방부는 극소수의 제대군인을 위하는 일에 진을 빼는 대신 청년들이 군대에 가 있는 2년의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힘 쏟는 게 건설적이다. 국회도 국내 기업 전체가 취업 후 군복무 경력을 인정하게 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게 제대군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군가산점제 부활에 반대하는 글을 쓸 때마다 엄청난 반응을 보이는 이 땅의 남성들에게 한마디. 군에 안 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라고 귀띔하고 싶다. 징병제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이기 때문 아닌가. 지금도 핵개발을 하고, 툭 하면 핫라인조차 끊어버리는 북한 탓이다. 군 가산점제 부활을 추진하고, 그것을 반대하는 이들을 공격하는 그 열정을 통일에 쏟아 붓는 게 어떨지? 통일이 된다면 지금과 같은 징병제는 없어질 터이니.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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