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까마귀 날자' 군수뇌부 오찬…박 대통령 "오늘이라도 편한 마음으로""

기사승인 2013-06-07 16:09:01
- + 인쇄


[쿠키 쿡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7일 낮 청와대 영빈관에서 김관진 국방부장관과 전군지휘관들을 초청한 가운데 오찬을 가졌습니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가진 자리이면서 북한이 전날 남북당국자 회담을 제의한 다음날이란 점에서 시선이 집중된 오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청와대측은 "오래 전에 잡혔던 일정"이라며 북한의 대화 제의 다음날 오찬을 하게 된 것에 대한 일각의 억측을 사전에 차단했습니다.

이날 오찬에 군에서는 합동참모본부부의장과 육ㆍ해ㆍ공군 참모총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1ㆍ2ㆍ3군 사령관, 국방부차관, 방위사업청장, 주한미8군사령관 등이 참석했고 청와대에서는 허태열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 국정기획ㆍ민정ㆍ외교안보ㆍ홍보ㆍ미래전략ㆍ고용복지수석, 국방ㆍ위기관리비서관 등이 배석했습니다.

하늘색 재킷에 검정색 바지 차림의 박 대통령이 낮 12시16분쯤 입장해 헤드테이블에 착석하면서 오찬은 시작됐습니다. 먼저 김 장관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오늘 취임 후 100일 조금 지나신 대통령께서 대단히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특별히 우리 장군단 위해 자리 마련해 주셨습니다. 우리 지휘관단, 장군단 대표로 제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3월, 5월 북한의 의도적인 위기 조장이 좀 심했습니다. 우리 군은 대비태세를 물론 강화했고 도발하면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는 일념으로 대비했지만 특별히 대통령께서 매우 차분하고 의연하고 원칙에 의해서 단호한 조치를 해 주셨습니다. 그 결과 개성공단 문제도 우리 페이스로 조치를 하셨습니다. 우리 군도 대통령님의 이러한 의도와 지침에 따라 정확히 군사 대비태세를 시행해 갈 것입니다.

물론 나라 지키는 것이 우리 본연의 의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께서 수석비서관회의, 국무회의 석상에서 대비태세에 우리 장병들의 노고가 많다고 두세 차례 말씀하셨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임무를 수행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칭찬을 들을 때마다 부끄럽고, 그러나 또 일면 칭찬을 해 주셨기 때문에 매우 고맙고, 우리 장병들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오늘 전군 지휘관회의가 있었습니다. 현 남북 관계 상황을 냉철히 평가해 봤습니다. 그리고 또 역시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는 것을 다짐하는 자리였습니다. 튼튼한 안보태세를 강화하는 것이 국정과제입니다. 그리고 군이 앞장서서 이 과업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국정비전인 희망의 새 시대를 구현하는 바탕이 되는 길입니다.

한ㆍ미동맹 60주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도 동맹 관계는 굳건합니다. 대통령님께서 한미정상회담 이후에 대단히 한ㆍ미 간의 동맹의 결속은 잘 되고 있고 군사적 협조도 원활하게 받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 주한미군 장성까지 이렇게 초대해 주신 대통령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군은 국군통수권자이신 대통령님의 지시와 지침에 충실할 것입니다. 그래서 튼튼한 안보태세로 반드시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다시 한 번 이 자리에 초대해 주신 대통령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김 장관의 인사말이 좀 길죠. 그동안 대통령 오찬 풀(POOL) 내용과 비교할 때 확실히 짧은 인사말은 아닌 것같습니다. 김 장관은 아마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았을 듯 싶은데 오히려 상당히 말을 아끼고 자제한 느낌이 듭니다. 대화 국면으로 전환한 지금은 북한을 자극할 이유가 없는 건 당연하죠. 김 장관의 표현대로 지난 3월, 5월 북한의 의도적인 위기 조장으로 온 국민이 불안에 떨었던 것을 상기하면 충분히 짐작히 가는 대목입니다. 저 역시 인터넷과 모바일 뉴스를 다루면서 과거 어느때보다 북한의 도발위협에 국민들이 관심이 많은지 실감했습니다. 대북 도발 관련 기사들에 대한 네티즌과 SNS의 높은 관심도를 편집회의에서 여러차례 보고한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북한이 어제(7일) 남북당국자 회담을 전격 제의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한반도 해빙무드'가 조성되는 국면에 국방장관이 찬물을 끼얹을 발언을 할 분위기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김 장관의 인사말이 끝나고 박 대통령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그동안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서 긴장 속에서 대비태세를 유지하느라고 모두 수고가 많았습니다. 오늘은 조금이라도 편한 마음으로 식사하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그동안 북한이 도발하고 우리 안보를 위협해도 우리 경제가 흔들림 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국민들께서도 동요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우리 군의 역량과 대비태세를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엄중한 안보상황에 잘 대처해 온 지휘관들과 우리 장병 여러분들께 대통령으로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또 이 자리에는 존슨 미8군 사령관도 함께 하고 계시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든든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온 미군 장병들이야말로 우리 군의 소중한 전우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휘관 여러분, 어제 북한에서 그동안 반대해 온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했습니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확고한 안보태세를 지켜온 우리 장병들과 지휘관 여러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나는 대통령으로서 우리 군을 누구보다도 믿고 있고, 지휘관 한 사람 한 사람의 판단을 신뢰합니다. 국민들도 우리 군을 믿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 가동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지난번 한ㆍ미정상회담 때 오바마 대통령과도 의견을 같이 했고, 이달 말 중국을 방문하게 되면 시진핑 주석과도 이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해서도 가장 기본적 토대가 강력한 국방역량입니다. 흔들리는 땅 위에 건물을 지을 수 없듯이 안보가 흔들리면 대화도 평화도 설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완벽한 군사대비태세와 대북 억지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북한이 감히 도발할 생각할 수 없게 되고, 진정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게 됩니다.

국가의 안위와 조국통일이 여러분 어깨에 걸려 있다는 사명감으로, 국민과 우리 경제인들이 여러분을 믿고 일하고 투자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앞으로도 김관진 장관을 중심으로 군사 대비태세를 잘 유지해 줄 것을 당부합니다. 정부도 여러분이 더욱 힘을 내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면서 포괄적 안보역량 제고에 힘 쏟을 것입니다.

오늘은 야전에서 장병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임무를 다하고 있는 현장 지휘관들이 많이 참석했습니다. 여러분 노고를 격려하는 자리인 만큼 다 같이 즐거운 오찬이 되기를 바랍니다.


박 대통령이 그간 긴장 속에서 대비태세를 유지하느라 수고가 많았다는 격려와 함께 "오늘은 조금이라도 편한 마음으로 식사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운을 뗀 것이 인상적입니다. 軍도 軍이지만 취임 이후 대통령 직무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닥친 북한의 도발 위협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편히 잠잘 날이 없었을 대통령의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흔들리는 땅 위에 건물을 지을수 없듯이 안보가 흔들리면 대화도 평화도 설 수가 없다고 강조한 대목도 군 지휘관들이 듣기에는 사기를 충전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멘션인 것같습니다.

이 글은 박 대통령의 전군지휘관 오찬에 대한 청와대의 풀(POOL)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국민일보 정재호 기자

국민일보 쿠키뉴스의 뉴스룸 트위터, 친절한 쿡기자 ☞ twitter.com/@kukinewsroom

[인기 기사]

▶ 라오스 탈북 청소년들이 유인 납치됐다니…

▶ 이스라엘 판사 “일부 소녀들은 성폭행 즐겨” 발언 논란

▶ ‘패륜 동영상’ 순천제일고교생 처벌 면해…할머니 측 선처 호소

▶ 한국과 비긴 레바논 감독 “추가시간을 무슨 7분이나…”

▶ 이대 후배들 “청부살해된 선배, 우리가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