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윤창중,여성인턴과 좋은시간? "그날 밤 코 삐뚤어져""

기사승인 2013-05-19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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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뉴스룸]미국인을 개인적으로 만나 식사라도 하게 되면 으레 돌아오는 질문이 있다. “뭘 마시고 싶으세요.” 좋은 식당에서 정찬을 주문하거나 집으로 초대받았을 땐 “와인 한 잔”이란 말이 가장 흔한 대답이고, 평범한 점심·저녁을 함께 할 경우엔 물이나 콜라 같은 걸 주문하면 끝이다. 와인 한 잔에도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서로 얘기할 수 있다.

알코올은 미국 FDA(식품의약국)이 분류해 놓은 대표적인 발암물질이자 습관성 중독 물질 가운데 하나다. 미국 대부분의 주는 길거리에서 술 상표가 보이거나 다른 사람이 보기에 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상태에서 음주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만취해 행인에게 행패를 부린 사람은 경미한 벌금으로 풀려날 수 없다. 판사 앞에서 약식으로라도 재판을 받고 우리 사법체계의 구류에 해당하는 감금형으로 며칠 감방 신세를 져야 한다.

영어에 ‘소셜 드링커(socially drinker)’란 말이 있다. 모임에서 술 한두 잔은 마실 수 있다는 뜻이다. 서구에서 음주는 이미 개인의 영역으로 들어가 버렸다. 중독으로 전락한 ‘헤비 드링커(Heavy Drinker)’이거나 각자 알아서 마시는 대상일 뿐이다. 술 못 마셔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한국은 어떨까. 일 때문에 점심 또는 저녁, 심지어는 아침 약속을 하더라도 술 ‘한 잔’으로는 어림도 없다.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소주나 맥주잔이 돌아가고 내키지 않으면 폭탄주가 올라온다. 거나하게 취한 다음 우리들의 중요한 얘기가 시작된다. 길거리에서 술을 마셔도 체포당하지도 방해받지도 않는다. 괜히 꾸짖다 오히려 봉변만 당할 뿐이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직장에 취직해서도,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구들이 모여서도 우리들은 정신을 잃도록 취해야만 ‘아 정말 감명 깊게 사람들을 만났네’하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인에게 알코올은 모든 사교와 만남,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활용되는 유익한 도구다. 호기롭게 자신의 주량을 자랑하고, 상대방에게 건네진 술잔이 다 비어지는 지를 확인한다. 술을 못 마시면 사회생활에 상당한 피해를 당하기 마련이다. 아직 음주는 개인 취향이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집단의 문화’인 셈이다.


얼마 전 대통령의 방미기간 청와대 대변인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성추행 의혹을 불러일으킨 윤창중 씨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사관 여성인턴 수행원과 바에서 술을 마시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날 밤 필자가 목도한 그는 좋은 시간을 보낸 게 아니라 코가 삐뚤어지게 취해 있었다.

윤씨에 가려져 있지만 그날 취해있던 박근혜 대통령 수행단 및 기자단 식구들은 상당히 많았다. 여기저기 저녁 약속이 만들어졌고 다들 나가서 상당량의 알코올을 섭취하고 돌아왔다. 기자단이 묵었던 워싱턴 중심가 페어팩스 호텔 로비 근처에는 혀가 꼬부라진 한국인들이 꽤 많았다. 가끔 로비 밖 길거리에서 소주 팩을 들고 서성이는 사람들도 보였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미국인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텔 쪽을 쳐다봤다.

13시간 시차 때문에 다시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되자 사람들은 다시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 멀쩡히 앉아 근무했다. 서울에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니 그리 어려울 것도 없었다. 프레스센터 서빙을 맡았던 흑인 호텔직원들은 이런 모습을 신기한 표정이었다. 음주와 일이 무슨 ‘극기 훈련’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는 듯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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