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호러 도전’ 이시영 “로코물에 매몰될까 두려웠다”

기사승인 2013-07-03 16: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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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귀엽고 예쁘장한 외모와 달리 프라모델 조립, 복싱이 취미인 배우 이시영. 독특한 취미만큼이나 성격도 솔직하고 엉뚱 발랄하다.

이런 매력이 부각된 이유에서인지 ‘위험한 상견례’ ‘남자 사용 설명서’ 등 유난히 로맨틱 코미디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로코퀸’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가 공포영화라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김용균 감독의 ‘더 웹툰: 예고살인’에 신경질적이고 공포에 떠는 여주인공 강지윤으로 분해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발랄함을 걷어내고 입힌 냉철한 표정과 흔들리는 눈빛은 배우 이시영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영화는 인기 웹툰 작가의 미공개 웹툰과 동일한 연쇄 살인 사건이 실제로 벌어지면서 서서히 밝혀지는 충격적 비밀을 담은 공포 스릴러다. 강지윤은 인기 웹툰 작가로, 자신의 웹툰과 똑같은 살인사건이 연이어 벌어지자 큰 혼란을 겪는 인물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영화 홍보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시영을 만났다. 연이은 인터뷰 일정에 두 눈이 빨갰고 상당히 지친 모습이었지만, 영화 이야기를 풀어놓자 어느새 두 눈을 반짝이며 극중 지윤이 이야기에 몰입했다.

정극이 하고 싶어 호러에 도전했다는 그는 배우로서 가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했다. 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고 그 이미지를 계속 소모하면 언젠가는 매몰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제게 들어오는 시나리오 열개 중 아홉 개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였어요. 그러다보니 제 의지와 상관없이 한 가지만 하게 될 것 같았어요. 배우는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어요. 다른 장르의 정극을 해보고 싶었고 그러다 택한 것이 호러가 된 거죠.”

언제부터인가 공포영화는 하락세를 탔고 최근에는 흥행한 공포영화를 찾기가 힘들어질 정도로 외면받는 장르가 됐다. 이에 대한 두려움이 컸을 법도 하지만 그는 워낙 시나리오가 좋았고, 웹툰이라는 것이 안심하게 해줬다고 털어놨다.

“‘웹툰에 기대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첫 정극 도전인데 잘 안되면 다시 도전하기가 더 어려워지잖아요. 망설여진 것이 사실이지만 웹툰이라는 것이 감각적이고 트랜디해 보였어요. 새롭게 시작하는 거니까 조금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고요.”

실제 영화 촬영을 마친 후 재촬영이 불가능한 장면은 웹툰으로 대신했다. 후반 작업을 통해 영화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완성도를 높였지만 이시영의 눈에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존재했다.

“촬영 전 지윤이의 감정을 따라가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다양한 작품을 참고했어요. ‘케빈에 대하여’ ‘멜랑콜리아’ 등을 보면서 여주인공의 감정을 참고했죠. 하지만 준비한 것과 별개로 영화를 보니 제 단점만 보이더라고요. 긴장할 때 호흡을 못 놓는 나쁜 버릇이 있는데 고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도 영화에 그 모습이 묻어나더라고요. 정말 속상했어요.”

[쿠키 人터뷰] ‘호러 도전’ 이시영 “로코물에 매몰될까 두려웠다”

이시영은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배우다. 데뷔를 늦게 한 탓인지 다작을 통해 더 많은 연기 경험을 쌓고자 했고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이런 부담감에서 한결 가벼워질 수 있었다고.

“신인 때는 정말 많은 작품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야 시행착오를 빨리 줄여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영화에 깊이 빠졌다가 나오고 나니 여러 작품을 하는 것보다 한 작품을 해도 제대로 몰입했다가 벗어나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시킨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실제 이번 영화에는 이시영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현장에서의 연기와 대사는 물론이고 헤어, 메이크업, 의상 등까지 그의 아이디어가 투영됐다. 점점 관여하는 부분이 늘어날수록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뻔하게 연기해야 더 빛이 난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제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어요. 예를 들자면 엔딩신이요. 영화와 안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 제가 의견을 냈고 메이크업이나 헤어 모두 다 제 의견이 반영된 것인데 그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았죠. 스태프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제 의견을 적극 반영해준 감독님에게도 정말 죄송했어요. 이번 일을 통해 ‘그래서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조언을 구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도 다시금 하게 됐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는 그는 배우로서 가장 힘든 순간은 ‘매력 없는 연기를 하고 있다고 느낄 때’라고 했다. 연기를 못해도 매력이 묻어나면 살아있는 장면이 될 수 있지만 모든 것이 완벽해도 매력이 없다면 죽은 장면이나 다를 바 없다는 설명이다.

“사람들 머릿속에 아무것도 아닌데 기억 남는 컷들이 있잖아요. 반면에 동선, 눈빛, 표정 등 모든 것이 완벽한데 느낌 없는 장면도 있고요. 저는 제 연기에 매력이 없다고 느낄 때가 가장 힘들어요. 부족해도 매력 있는 사람에게 더 큰 관심이 가듯이 저 역시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저만의 매력을 가진 느낌 있는 장면들을 만들고 싶어요.”

‘로코퀸’ ‘미녀복서’ 외에도 다양한 수식어를 가진 그는 그 어떤 말보다 ‘배우 이시영’으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오랜 기간 꿈꾸던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됐고 배우라는 수식어 안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선보이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배우 이시영이란 말이 가장 설레요. 배우라는 것은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잖아요. 그런 소리를 당당히 들을 수 있도록 저 역시 많은 부분 노력할 거예요. 성장하는 모습 지켜봐 주세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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