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 막아라” 日정부 일식 세계무형유산 추진

기사승인 2011-08-01 09: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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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톡톡] “한국 요리의 세계무형유산 선정 독주를 막아라!”

일본 정부가 ‘밥에 신코(일본식 김치), 오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 등을 포함한 일본 전통 가정 요리를 세계무형문화유산(이하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시키기 위해 물밑 작업에 나섰다. 겉으로는 원자력발전 사고 이후 신뢰를 잃은 일본 식자재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한국 요리의 잇단 세계무형유산 등재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일본의 시사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4일자로 발간된 최신호에서 일본 농림수산성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일본 정부가 2013년 가을 일본 가정식의 세계무형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슈칸분슌은 ‘슈칸신초(週刊新潮)’와 더불어 일본 내 2대 보수우익 시사주간지로 최다 부수를 자랑한다.

슈칸분슌은 “이미 프랑스와 멕시코, 이탈리아 등 4개국의 식생활 문화가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된 상태”라며 “올 가을에는 ‘대장금’으로 유명한 한국 궁중요리가 등록될 예정이다. 한국은 또 내년 김치와 김장 문화를 세계무형유산 등재를 위해 등록 신청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잡지는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민간과 합심해 자국 요리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잡지는 한 기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 정부와 민간이 일체가 돼 (한식 세계화 작업에) 의욕이 넘치고 있다”고 전했다.

잡지는 한식 세계화 움직임에 대한 일본 내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일본요리 아카데미의 무라타 요시히로 이사장은 “외국에서는 일식이나 중식, 한식이 모두 ‘동양 요리’라는 한 묶음으로 통하기 십상”이라며 “만약 잇단 세계무형유산 등록으로 한국요리의 지명도가 올라가면 (전통 일본 요리나 중식, 한식이) 어느 나라 음식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혐한 성향의 일본 네티즌들은 “초밥 등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우리 음식(일식)이 한식 보다는 훨씬 유리한 고지에 있다”며 “한국 요리의 등재를 지켜만 보지 말고 정부가 적극 나서 일식의 우수성을 알리길 바란다”고 주문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을 보호하기 위해 2001년부터 등재하기 시작한 세계무형유산은 2005년까지 2년마다 유네스코 국제심사위원회에서 선정되다 이후부터 정부간 협약으로 확대돼 이후 매년 가을 유네스코 내 정부간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등재여부가 결정되고 있다. 현재는 전세계 84개국 213건이 등재돼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이 선정된 이후 판소리(2003년)와 강릉 단오제(2005)가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다. 2009년에는 강강술래와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 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등이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가곡, 대목장, 매사냥이 추가돼 총 11건이 됐다. 일본의 경우 전통극인 ‘노가구 극’ 등 18건이 등재돼 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