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추신수·하원미 안에 부부 ‘모범 답안’이 있다

기사승인 2015-10-08 10: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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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 심리학] 추신수·하원미 안에 부부 ‘모범 답안’이 있다

“아내는 항상 그 자리에서 묵묵히 지켜봐주는 나무와 같은 존재이다. 남자지만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다. 아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난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가 미국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직후 클럽하우스에서 아내 하원미 씨에게 고마음을 표현한 말이다.

인터넷에는 잊을 만하면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같은 유명인 부부의 이혼 기사가 올라온다. 최근에는 2년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 전 축구선수 출신 송종국과 배우 박잎선이 파경을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추신수의 아내인 하원미 씨의 조언과 또 아내의 조언을 존중하며 수용하는 남편 추신수를 보면서 ‘말’의 중요성에 대해서 심리학적인 비밀을 풀어보고자 한다.


일반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진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1956년 스텐포드대 사회심리학 교수인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공저로 출판한 ‘예언이 실패할 때(When Prophesy Fails)’에서 처음 사용됐고, 1957년 단독으로 출간한 ‘인지 부조화 이론(A 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이라는 책에서 다루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슬럼프에 빠진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며 열심히 하던 사람이 슬럼프에 빠지는 것을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라고 한다.

지나치게 집중을 하다보면 어느 시점에 갑자기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무기력감’을 가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 무기력감이 오게 되면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바라보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기억마저 왜곡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사실을 인정하면서 알게 되는 것을 ‘인지’라고 한다. 그리고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을 ‘부조화’라고 한다. 추신수의 경우 전반기의 타율, 타점, 득점의 낮은 수치는 여태까지 기록했던 자신의 높은 수치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었다.

현실의 낮은 수치에 대한 ‘인지’와 이전에 기록했던 높은 수치의 자신의 모습에 대한 간격이 크면 클수록 그 간격 아래의 깊은 골짜기로 생각이 떨어지게 된다. 떨어진 자신의 모습만 바라보게 될 때 이전의 모습은 사라지고 초라한 자신의 모습만 바라보면서 생기는 것이 바로 ‘인지부조화 현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깊은 골짜기에 생각이 떨어지면 스스로 올라오는 방법을 잘 모른다. 또한 주변에서 올라오는 줄을 내려준다 하더라도 줄을 보지 않고 줄을 내려준 사람이 누구인지를 본다.

이 때 대부분의 남편들은 ‘아내가 내려주는 줄’을 잘 잡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기기만’에서 온다. 자기기만은 자신의 상황과 일에 있어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관적인 생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잘못된 신념을 가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자녀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도, “우리아이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잘못된 행동이나 생각으로 가르치고 있는 교수, 교사 등 교육자들에게 건강한 비판을 하면 오히려, “나를 공격하는 학생들이 잘못된 것이지, 나는 전혀 잘못이 없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자기기만이 강한 사람들은 사실을 알려줬을 때 오히려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 이유는 자신의 불안정한 감정을 타인을 통해 확인받거나 보여주기가 싫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자기를 방어하는 것이다.

추신수가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을 때 아내 하원미씨가 한 말이 화제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나 마이너리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이 훨씬 나은데 뭐가 그리 걱정이냐”

또 올스타브레이크 기간에 하원미 씨는 남편에게 “사람의 인생은 건물을 만드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건물을 빨리 높게 만들려고 하지만, 그 건물을 모래 위에 쌓았다면 흔들리게 돼 결국 무너질 것이다. 당신은 튼튼한 건물을 지었고, 토대가 탄탄하기 때문에 약간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하원미씨가 진심어린 격려와 ‘절대적 긍정’으로 세워주는 말들로 끊임없이 남편을 일으켜 세워주는 것도 대단하지만, 아내의 말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추신수 역시 대단하다. 말 한 두 마디지만 이 부부의 모습은 많은 다른 부부들에게 큰 의미를 던지고 있다.

요즘 많은 부부들이 ‘생각의 골짜기’에 빠진다. 그 골짜기에 빠진 사람이 아내든 남편이든 상대방에게 내리는 줄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줄’이어선 안 된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세워줄 수 있는 ‘사랑의 줄’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 줄을 잡는 반려자도 다음에 반대 상황에서 같은 줄을 내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