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법은 하나야…박태환에게도, 다른 선수에게도”

기사승인 2015-03-24 11:41:55
- + 인쇄
[친절한 쿡기자] “법은 하나야…박태환에게도, 다른 선수에게도”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금지약물 파동'에 휩싸인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26)이 '최악'은 피했습니다.

박태환은 23일(현지시간)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의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징계는 소변샘플을 채취한 날인 지난해 9월 3일로 시작돼 징계 기간(2016년 3월 2일까지)만 적용한다면 2016년 8월에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 가능합니다. FINA가 박태환의 입장을 많이 배려해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박태환의 앞엔 '두 개의 벽'이 더 버티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해 7월 마련된 대한체육회의 새로운 국가대표 선발 규정입니다.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이 규정대로라면 박태환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합니다. 박태환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그에게 올림픽은 더 이상 없습니다.

물론 대한체육회가 그동안 박태환이 한국 수영에 기여한 바를 고려해 규정을 바꿀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가장 높고 무서운 벽이 남아 있으니, 바로 '여론의 눈'입니다.

쏟아지고 있는 박태환 기사에는 박태환의 올림픽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댓글도 많이 달리고 있지만 부정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습니다.

""과연 박태환이 아니었다면 규정까지 바꿔가며 구제해주려 하겠느냐"" ""그 동안의 공로는 인정되나 어찌됐든 간에 부정을 저지른 선수"" ""고무줄 규정이냐"" ""아쉬움은 남지만 그렇다고 규정까지 바꿔가며 기회를 준다면 정정당당하게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은 뭐가 됩니까"" ""규정까지 바꿔가며 올림픽 출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눈에 띄는 댓글들입니다.

해당 규정이 '이중 규제'라는 논란이 있지만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도 있죠. 박태환에겐 너무 안타깝지만 다 같이 지키자고 만든 규정은 그 대상이 누구이든 간에 지켜야 한다는 의미겠죠. 규정이란 건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만 그 이유가 선수 1명 때문이라면 납득할 수 없다는 겁니다.

어떤 분야나 '형평성'은 누구도 깎아내릴 수 없는 가장 큰 원칙이고,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그 원칙이란 받침대 위에서 돌아가는 전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으니 이런 대중의 목소리를 무조건 '스타에 대한 반감'으로 폄하할 순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그동안 박태환이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알람 시계 맞춰가며 일어나 졸린 눈 비벼가며 응원해 준 팬들의 준엄한 꾸짖음으로 보는 게 맞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규정이 불과 8개월 전에 생겼다는 점, 규정 마련 후 적용되는 사례가 박태환이 첫 번째라는 점은 이번 일로 규정을 바꾸려 할 경우 대한체육회가 안아야 할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머리 큰 후 TV라고는 뉴스와 스포츠 밖에 안 보고 살아오다 최근에 ‘본방 사수’에 열을 올려가며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있습니다. SBS '펀치'입니다. 유명한 대사가 있죠. 갑자기 떠오르네요.

""법은 하나야.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afero@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