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중 결국… U-20 여자월드컵 한일전에 욱일승천기 ‘펄럭펄럭’ 집단 도발

기사승인 2012-08-30 2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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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스포츠]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국과 일본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 8강전에서 홈팀인 일본 경기장에 욱일승천기가 내걸렸다. 일본 관중의 집단 도발로 한일관계는 더 빠른 속도로 냉각될 전망이다.

30일 오후 7시30분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대회 8강전에서 일본 관중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욱일승천기를 꺼내들었다. 관중 수용 규모 5만4224명의 경기장이 가득 들어차지는 않았지만 관중석이 시작되는 담장에 경기장을 둘러 대형 욱일승천기가 내걸렸다.

일본 관중의 욱일승천기 응원은 이번 대회 8강전에서 한일전이 확정된 지난 27일부터 감지됐다. 일본 야후(yahoo.co.jp) 등 주요 포털 사이트와 2채널(2ch.net) 등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 트위터(twitter.com)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는 “30일 욱일기를 들고 집합(30日は旭日旗持って大集合)”이라는 식의 캠페인이 전개됐다. 당초 욱일승천기에 대한 경기장 반입 금지 입장을 밝힌 일본축구협회는 자국 여론의 등살에 밀려 입장을 철회했다.

일본 관중의 욱일승천기 도발은 그동안 몇 차례 발견됐으나 규모는 크지 않았다. 한국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원숭이 세리머니’를 선보인 지난해 1월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도 일본 관중이 경기장으로 반입한 욱일승천기는 소수에 불과했다. 이번 U-20 여자월드컵 8강전만큼 계획된 응원은 사실상 전무했다.

FIFA는 이번 경기에 앞서 사태를 주시해왔다. FIFA 안전담당관은 지난 29일 사전 미팅에서 한일 양국 대표팀 관계자들에게 정치적 선전 문구나 현수막 사용 자제를 당부하면서 “FIFA도 한일전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한일 양국의 민감한 상황과 관련, 관중이 정치적인 응원을 하지 못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에도 우리나라 관중이 방문 팀 선수나 관중을 도발할 만한 정치적 문구나 현수막을 걸면 제거했다”며 “전날 사전 미팅에서 선수는 물론, 관중의 정치적 선전 자제를 요구한 FIFA에서 조사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선수나 팀 관계자가 아닌 관중의 정치적 집단행동도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06년 1월29일 이탈리아 프로축구에서는 AS로마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상징 ‘하켄크로이츠’를 연상케 하는 문양을 경기장에 내건 일부 서포터스 탓에 홈경기 무관중과 벌금 1만2000유로(하켄크로이츠 관련 벌금은 5000만 유로)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한편 한국은 이번 U-20 여자월드컵 8강전에서 일본에 1대 3으로 져 분루를 삼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