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서울대 강연회서 피켓 곤욕

기사승인 2009-09-16 22: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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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서울대 강연회서 피켓 곤욕


[쿠키 사회]
서울대 법대를 찾은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후배 학생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나 의원은 16일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의 초청을 받아 서울대 법대 주산홀에서 '품격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이 시작되기 직전 주산홀 앞에 서울대 학생 8명이 "대리투표가 품격인가?" "선배님, 당신이 창피합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몇 등 신붓감인가요"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커뮤니티에서 피켓에 쓸 문구를 공모했고, 추천을 많이 받은 문구를 골랐다고 말했다.

법학과 4학년 이주원(24)씨는 "나 의원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려고 나왔다. 함께 피켓을 든 이들은 인터넷에서 만났을 뿐 실제로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농경제사회학부 2학년 강종호(21)씨는 "학교에서 이런 우스운 강연이 열리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주산홀 앞에 도착해 피켓 시위대를 발견한 나 의원은 "우리 학생들도 강의 좀 들으세요"라고 말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강연 말미에도 학생들의 쓴소리는 이어졌다. 나 의원은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면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품격 있는 문화국가가 되어야 한다"며 강연을 마쳤다.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지자 법대의 한 학생은 "우리 정부를 보면 대통령부터 새로 요직에 들어오는 분들이 위장전입과 땅투기를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온다. 이들이 나라의 수뇌부를 구성할 때 어떻게 법치주의가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이 학생은 두 번째 질문이라며 "강연 내내 해명에 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인으로서 최고의 자질이라고 생각하는 그 뻔뻔스러움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 것인가"라고도 물었다.

나 의원은 위장전입 비판에 대해 "한 가지 사유로 전체를 볼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정도는 용인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판단을 한 듯하다. 앞으로는 그런 부분도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뻔뻔스러움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진심과 사실을 말하려고 했던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 듣고 싶다. 국회에 오면 10명까지는 7000원 이하의 밥을 사 주겠다"고 말했다.

130여명의 학생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참석한 강연은 오후 1시 수업 시간을 넘겨 끝났다. 피켓 시위와 질의응답에 당황스럽지는 않았냐고 묻자 나 의원은 "여당에 대한 반감은 내가 학교 다닐 때에는 더 심했다"며 "오히려 적극적인 의사 피력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연을 마치고 나가는 나 의원을 찾아 "앞으로도 학생들과 토론을 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국회에 찾아가면 정말 만나주느냐"며 기념 촬영과 악수를 청하는 학생도 있었다. 나 의원은 "드러나진 않았지만 우호적인 학생들도 많았다"며 "학교에서 강연할 기회가 생긴다면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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