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연구원 연구위원노조 출범 “왜?”

기사승인 2009-07-14 19: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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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지난 2월초 한 일간지에 ‘비정규직법 논란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기고문을 냈다가 박기성 원장으로부터 질책을 들었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반하는 논지의 기고를 했다는 이유였다.

그가 원장실에 불려가 해명을 하고 구두 경고를 받는 것은 그때가 처음도 아니고, 그런 일은 그 연구위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위협성 발언을 듣거나 사유서를 제출한 사례도 있다. 그 연구위원은 앞으로 신문 기고를 자제하겠다는 다짐을 해야 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20여명이 박기성 원장의 독단적인 운영에 반발하면서 14일 노동조합 결성, 설립신고서를 관할 노동청에 제출했다. 박사급 연구위원들로만 구성된 노조는 처음이다. 연구위원 노조는 이날 오전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해 8월 박기성 원장이 취임한 후 불과 수개월만에 20년간 유지돼온 소통채널이 일방적으로 단절되면서 대안 부재의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밝혔다. 연구위원 노조에는 전체 가입대상 29명 가운데 ⅔가 넘는 20명(조직률 69%)이 참여했다.

노조 위원장으로 선출된 황덕순 선임연구위원은 “박기성 원장의 독단적인 리더십과 소통 거부로 노동연구원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연구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잃었다”면서 “(원장이) 외부 토론회 참여여부, 언론 기고와 인터뷰에 응하는 것까지 제약하는 상황에서 연구위원들은 자신을 스스로 규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21년간 1주, 혹은 격주마다 연구위원의 의견을 전달하고 수렴하는 기능을 했던 연구위원 회의가 6월8일 일방적으로 폐지됐다. 박 원장은 또한 노사정이 참여하는 고용보험심의기구의 결정에 따라 이달 1일부터 발족해야 하는 ‘고용보험평가센터’도 연구원 원내 노사관계 악화 가능성을 들어 연기했다. 황덕순 위원장은 “경제 위기 속에서 고용정책 토론회도 한 번 못했고,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데도 노동연구원의 관련 연구결과나 입장이 발표되지 않는 등 정상적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박원장은 특정 이념을 대표하는 외부 학자를 연구과제에 참여시킬 것을 강요하고, 연구진을 재구성하는가 하면 연구원에서 집필하지 않은 보고서를 연구원 것인양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위원이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을 말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개별 박사들에게 연구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참고 문헌을 소개하고 연구방향과 관련한 논의를 했을 뿐 연구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론 기고행위 제한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이 일단 결정되고 나면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다른 연구자와는 달리 그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위원 회의에 대해서는 “주 1회 회의가 계속되면서 원장에 대한 공격 위주의 논의가 많아졌다”면서 “감정다툼에 대한 냉각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회의를 무기한 중지시켰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연구위원 노조의 설립과 노조 활동은 연구위원들의 권리”라고 인정하면서 “향후 교섭 요구에 성실하게 임하겠지만 불합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타협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노동전문기자 ?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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