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허용] 대법원, 존엄사 인정 판결

기사승인 2009-05-21 17: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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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허용] 대법원, 존엄사 인정 판결

[쿠키 사회] 소생 가능성이 없고 환자 본인의 치료거부 의사가 인정되는 경우 무의미한 연명(延命)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첫 판결로 제한적이나마 존엄사를 합법화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의료계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종교계는 생명 경시 풍조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21일 식물인간 상태인 김모(77·여)씨가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을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13명 중 9명의 다수의견으로 원고 일부 승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의식불명 상태여서 딸인 이모씨가 특별대리인 자격으로 소송을 수행했다.

재판부는 40쪽에 달하는 장문의 판결문에서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의 중단은 생명 존중의 헌법 이념에 비춰 신중히 판단해야 하나 짧은 시간 내에 사망하는 것이 명백할 때는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연명치료를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존엄을 해치게 되므로 환자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인간존엄과 행복추구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대희·양창수 대법관은 김씨의 상태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김씨가 현재 연명치료 중단을 바라고 있는지 추정하기 어렵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홍훈·김능환 대법관도 김씨가 돌이킬 수 없는 사망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없다며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김씨는 지난해 2월18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폐암 조직검사를 받던 중 저산소증에 의한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연명치료를 받아왔다. 김씨 가족은 김씨를 원고로 병원을 상대로 치료중단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1·2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연명치료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논평을 통해 “대법원이 환자의 존엄한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회생 여부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존중해 회생 불가능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을 최초로 허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조속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는 “존엄사 허용은 인간의 죽음 시점을 인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가져 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김지방 기자
parti98@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