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살인사건 패터슨 “재판이 공정하지 않다” 이의 제기

기사승인 2016-03-29 11: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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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살인사건 패터슨 “재판이 공정하지 않다” 이의 제기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이태원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아더 존 패터슨(37)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재판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윤준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10시 중법정 312호에서 패터슨의 2심 재판의 첫 공판을 열었다.

패터슨은 지난 1월29일 열린 1심 선고기일에서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으나 즉각 항소했다.

공판은 패터슨 측이 항소를 하는 이유를 밝히고 검찰이 이에 답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패터슨 측은 항소이유서에서 자신은 피해자 고(故) 조중필씨(사망 당시 22세)가 화장실을 들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으며, 피해자의 동선이나 자신의 몸에 묻은 혈흔 형태를 고려했을 때 자신은 우연히 예측하지 못한 범죄현장을 목격한 것에 불과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한 1심과 마찬가지로 당시 현장에 같이 있었던 에드워드 건 리(37)의 몸에 묻은 흩뿌려진 혈흔 형태는 가해자에게만 나타나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석연치 않은 부분에 대한 재판부의 질문에 대해서 패터슨은 “나는 그때 너무 어렸고 바보 같았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재판부가 피고인은 가해자도 아닌데 바닥에 버려진 흉기(칼)을 들고 도망친 이유와 칼을 인멸하려고 했던 이유를 묻자 패터슨은 “당시 어렸고 너무 어리석은 나머지 신고를 하는 게 옳다는 생각을 못했다”라며, 증거인멸에 대해선 “제가 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고 친구들이 저에게 빨리 칼을 버리고 옷도 태워버리라고 조언을 해서 따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패터슨 측 오병주 변호사는 19년 전 초동수사에서 현장에 함께 있던 에드워드 리를 범인으로 지목한 검사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수사한 내용이 수사 기록에 다 남아있고 검사를 다시 불러 판단이나 의견을 묻는 것이 진실을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패터슨은 “공평하지 않다(It is not fair)”라며 “검찰 측이 원하는 증인 신청은 다 받아들이면서 우리 측이 신청하는 검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20년 전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저에 대해 증언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채택되지 않고 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 측은 “1심에서 충분히 소명한 사안이고 새로운 주장이 일체 없어서 추가로 답할 것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이날도 1심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어머니 이복수(74) 씨와 에드워드의 아버지 이모씨가 재판을 지켜봤다.

이복수 씨는 “맨날 보던 거짓말이다”라며 “4월3일이면 19년이 되는데 허리가 많이 아프지만 매번 나오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중필씨의 누나 문옥씨는 “20년이 지난 일이고 웬만하면 죄를 인정할 만도 한데 말을 바꾸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통 터진다”고 토로했다.

패터슨은 1997년 4월3일 오후 9시50분 이태원의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한국인 대학생 조중필씨를 별다른 이유 없이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미국에 있던 그를 송환해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다음 재판은 4월26일 10시에 열린다. jjy4791@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