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진짜!] “한국이 몰카의 왕국이야!”…의전원생·의사 봐주고, 결혼 앞둬 봐주고

기사승인 2015-12-22 12: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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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진짜!] “한국이 몰카의 왕국이야!”…의전원생·의사 봐주고, 결혼 앞둬 봐주고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2003년 작품인 영화 ‘살인의 추억’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서울에서 파견을 온 형사 서태윤(김상경 분)이 넘어진 여성을 일으켜주고 있는 걸 ‘몹쓸 짓’으로 오해한 경기도 모 지역(영화에서 명확히 언급이 안 됨)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 서태윤에게 시원한 이단옆차기를 날리기 전 이렇게 외친다.

“여기가 무슨 강간의 왕국이야!”

21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따르면 무려 180여회의 여성 신체 특정 부위 몰카를 찍은 의학전문대학원생(의전원생)이 아예 기소도 되지 않았다.

경기도 소재 모 대학 의전원생 A씨의 여자친구였던 B씨. B씨는 지난해 9월 우연히 A씨의 휴대전화를 보다가 다수의 여성 몰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 여성 중엔 자신과 자신의 여동생까지 있었다.

그런데 검찰은 올해 5월 A씨가 범죄 전력이 없고, 학생 신분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성폭력 사범 재발방지 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조건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A씨가 반성하고 있고, 학생이라는 점 등이 고려됐다며 ‘의전원생이기 때문에’라는 시선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최근 여자친구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조선대 의전원생에 대해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학교에서 제적될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벌금형을 내린 법원 판결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사건처럼 떠들썩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유독 ‘흰 가운’에게 관대해 보이는 몰카 사건이 불과 몇 개월 전에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진수 판사는 지난 8월에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환자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의사 C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별 문제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법원은 C씨에게 ‘신상공개’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관련 법률에 따른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C씨에겐 신상공개 명령이 내려져야 한다.

재판부가 말한 C씨의 ‘특별한 사정’은 그의 나이, ‘직업’, 재범 위험성, 범행 동기, 범행 방법과 죄의 경중, ‘공개명령으로 입게 될 불이익’과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성범죄 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C씨가 잘못을 반성하고 정신과 치료를 다짐했으며, 가족들이 선처를 호소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C씨의 혐의를 좀 더 자세히 보자.

그는 병원 진료실 외에도 지하철, 백화점 등 공공장소에서도 2년 넘게 137회나 몰카를 찍어댔다. 촬영한 동영상을 10회에 걸쳐 인터넷에 올리거나 타인과 맞교환도 했다. 그리고 2012년 12월 비슷한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은 적이 있다. 초범도 아니다. C씨와 동일 혹은 덜한 수준의 성범죄자들 중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이가 국내에 한 명도 없을까. 그 사람들이 보면 속이 뒤집힐지도 모르겠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김춘화 판사는 지난 9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D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밝혔다.

D씨는 올해 5월24일에 지하철 1호선 전동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여성 승객의 치마 속과 다리 등을 몰래 동영상 촬영하는 등 하루 동안 5차례에 걸쳐 몰카를 촬영했다.

징역도 아닌 벌금마저 ‘유예’해 준, 사실상 선처를 해 준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초범인 점, 범행정도와 그동안 피고인이 성실하게 생활해온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결혼을 앞둔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D씨와 약혼한 여성이 재판부에게 고마워할지는 잘 모르겠다.

여기까지 읽고 일부 특수한 사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수사·사법 당국은 몰카범들에게 참 약하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3층 귀빈회의실에서 열린 ‘권익증진정책-몰래카메라 촬영 및 유포행위 처벌’에 대한 간담회에서 변협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집행위원인 김현아 변호사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몰래 촬영 범죄 건수는 2014년 6623건으로 2010년 1134건보다 약 6배 정도 증가했고, 기소율은 ‘32.1%’에 불과했다. ‘최소 10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동안, 재판에 넘겨지는 가해자는 고작 3명을 조금 넘는 것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 속 박두만이 말한 것처럼 대한민국이 강간의 왕국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몰카의 왕국’ 정도는 충분히 될 수 있는 듯 하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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