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도 틀린 문제도 모르는데…‘눈 가리고 경주’ 임용고시

기사승인 2015-12-22 05: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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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도 틀린 문제도 모르는데…‘눈 가리고 경주’ 임용고시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 김모(26·여)씨는 올해로 임용시험을 2번째 응시했다. 지난 5일 1차 시험을 보고도 숨 돌릴 새 없이 노량진에서 오전 9시부터 늦은 저녁까지 이어지는 학원 수업과 스터디 일정을 소화하며 2차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여전히 불안하다. 최종까지 시험 당락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1차 시험 점수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2년 ‘교사신규채용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초·중등 임용시험에서 객관식을 주관식으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차 시험의 교육학은 논술형, 전공 과목은 서술형과 논술형으로 바뀌었다. 정부는 암기 위주의 시험을 벗어나 인·적성 요소를 적극 반영하는 제도 개선이라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수험생들의 불만이 높다.

“내 점수도 모르고, 점수가 나와도 뭘 틀렸는지 모른다…눈 가리고 경주 하는 기분”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1차 시험 결과에 대한 모범답안이나 채점 기준 같은 가이드라인이 없어 불안감이 더 가중될 뿐 아니라 자신의 취약한 부분도 알 수 없어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차 시험을 보고 난 수험생들은 내년 1월5일 1차 합격자 발표 때까지 ‘무작정’ 2차 시험을 준비하게 된다. 또한 5일 시험 이후 7일 자정까지인 이의제기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노량진에서 만난 김씨는 “그야말로 눈 가리고 경주하는 기분이다. 강사들이 추측으로 알려주는 가답안으로 채점해서 1차에 합격한 줄 알았는데 떨어진다거나, 떨어진 줄 알았는데 합격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1차 합격 발표가 나도 개별 점수는 알려주지 않고 컷 점수만 나온다. 내 점수도 모르는데 컷 점수가 무슨 의미가 있나”고 반문했다.

개별점수는 1차 합격자, 불합격자에 상관없이 모든 전형이 다 끝난 최종합격자 발표일(2월2일)에서야 일괄적으로 발표된다.

김씨는 “모범답안이 공개되지 않으니 내가 왜 이 점수인지, 어떤 부분에서 취약한지를 알 수 없다”며 “내년 공부를 위해서는 객관적인 ‘진단’이 필요한데 지금 평가원의 방식은 불합격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보 ‘사러’ 노량진 간다”

부작용은 이 뿐만이 아니다.

애초에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논술형을 도입한다고 밝힌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수험생들은 오히려 노량진 학원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교육부는 2012년 1차에서 객관식 시험을 폐지하고 서·논술형으로 변경할 당시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른 학생만 임용시험 응시자격을 갖게 하고, 시험은 논술형으로 치르면 교대, 사범대 교육이 정상화할 것”이라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객관식 시험으로 인해 학생들이 대학 수업은 한시하고 노량진 학원가로 몰려가 문제풀이 훈련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량진에서 만난 임용시험 준비생 최모(28·여)씨는 “수험생들이 노량진에 모이는 이유는 딱 하나, 정보를 ‘사기’ 위해서다”며 “말로는 노량진 사교육 시장을 견제한다면서 평가원이 시험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공개하지 않아 노량진 강사들이 알려주는 가답안과 문제 푸는 기술 등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평가원 “공개 안 하는 것이 수험생들에게 유리”

한국교원단체총연합 관계자는 “모범답안이나 채점 가이드라인이라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예비 교사의 입장에서 시험에 응시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점수에 대한 객관성과 투명성을 충분히 요구할 수 있으며 교육부와 교원단체 간의 개선 협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이런 요구가 있었으나 오히려 공개하지 않는 것이 수험생들에게 유리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임용시험이 민감한 시험인 만큼 모범답안이나 채점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 모범답안 외에는 다 틀린 것으로 처리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jjy4791@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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