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BS N ‘아이디어 먹튀?’… 대국민 기획안 1차 통과 ‘없음’, PD지망생들 분노

기사승인 2015-12-11 09: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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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KBS N ‘아이디어 먹튀?’… 대국민 기획안 1차 통과 ‘없음’, PD지망생들 분노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KBS N이 1등에게 상금 1억원과 입사기회 부여를 내걸고 진행한 ‘제2회 KBS N 대국민 프로그램 기획안 공모’의 1차 심사를 통과한 기획안이 없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공모전에서 1등을 비워두고 2,3등만 선정하는 경우는 있지만 1차 심사부터 아무도 뽑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방송공사(KBS)의 자회사 KBS N은 지난 10월20일 자사 홈페이지에 ‘TV를 바꿀 1억원의 아이디어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기획안을 공모했다.

공모는 11월30일까지 진행됐으며 기획안의 자격은 KBS N 산하 6개 채널(KBS Drama, KBS N Sports, KBS Joy, KBS W, KBS Kids, KBS N Life)에서 편성 가능한 예능이었다.

KBS N이 안내한 바에 따르면 당선작은 1차 내부 심사를 거쳐 대국민 투표(60%)와 외부 전문가 심사(40%)를 거쳐 선정될 예정이었다.

입사 기회와 상금 1억원이라는 매력적인 조건에 많은 PD 지망생들이 지원했으며 지난해 공모전 지원자는 60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N의 공지에 따르면 1차 심사인 내부 심사를 거쳐 10일부터 대국민 투표가 이뤄졌어야 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10일 오후까지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하다가 오후 8시쯤이 돼서야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를 통해 ‘1차 심사를 통과한 기획안이 없다’는 결과를 확인해야만 했다.

KBS N 측은 “1차 전문가 심사를 진행한 결과, 아쉽게도 공모주제로 안내드렸던 ‘KBS N 채널에 편성 가능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독창성, 경쟁력, 지속성 등의 측면을 충족 시킬만한 기획안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라며 “부득이하게 대국민 투표가 진행되지 못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고 통보했다.

이어 “최종 수상작을 가리지 못하게 된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여, 저희 KBS N은 고심 끝에 내년 상반기 중 공모전을 재실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추가 공모전에는 새로운 기획안은 물론 이번에 제출한 기획안을 수정,보완하여 다시 응모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예능PD를 꿈꾸며 제작형식, 기획의도, 주요출연자, 시청타겟, 내용 및 주요 구성 등을 적은 자신의 기획안을 제출했던 참가자들은 이에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언론고시준비생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지적재산권’인 기획안을 이렇게 갈취 당하다니 PD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방송국의 갑질이 도가 넘었다”, “분명 지원자 중 1명의 기획안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 분명하다. 법적 대응을 대비해 저작권신청 같은 내용 증명을 해둬야 한다”, “작은 회사도 아니고 KBS N 같은 방송국이 이런 행태를 보이면 앞으로 아이디어 공모전을 어떻게 믿을 것인가”라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또한 공모전 참가자들은 출품 된 작품이 몇 개였는지, KBS N의 명확한 심사 기준은 무엇인지, 발표시간이 예정된 시간을 한참 넘긴 저녁 8시가 돼서야 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사측에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KBS N 관계자는 “공모된 작품 수는 2600여개이며 수차례 검토를 하고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발표가 늦어진 것”이라며 “결국 고민 끝에 1차 심사를 통과한 작품은 없었으며 공모를 다시 한번 진행하자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선발 기준에 대해서는 “공지한 대로 독창성, 획기적인 아이디어, 편성 가능성, 경쟁력, 지속성 등을 봤다”며 “1차 전문가 심사 전에 회사 내에서 19명이 3개 팀으로 나눠서 전체 기획안을 검토했고 그 중에 89편의 후보작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모 참가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기획안 ‘먹튀’(먹고튀는) 우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지적재산권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모든 기획안은 안전하게 파기하겠다. 이후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KBS N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해에 공모전에 나온 수천편의 기획안 중에 작년 1등 작품보다 더 나은 작품이 없었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직접 회의에 참여하지 못했고 기획안을 하나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jjy4791@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