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리의 ‘새로운 증언’…“패터슨, 조중필씨가 자기 쳐다봐서 찔렀다고 들어”

기사승인 2015-11-04 23: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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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리의 ‘새로운 증언’…“패터슨, 조중필씨가 자기 쳐다봐서 찔렀다고 들어”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18년 만에 친구 2명이 살인자와 목격자로 뒤바뀐 채 법정에서 만났다. 그러나 에드워드 건 리(36)가 증인으로 참여한 대질신문은 큰 진전은 보이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재판장 심규홍)는 이날 오후 2시에 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된 패터슨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리가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측의 질문에 가장 많이 한 대답은 “기억이 안 난다(I do not recall)” 였다.

오후 2시에 검정 재킷과 줄무늬 셔츠를 입은 채 법정으로 들어온 리는 손에 자신의 변론을 적은 종이 몇 장을 든 채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이날 공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무려 12시간이나 진행됐다. 리는 심문에 시종일관 신중한 태도로 임했다. 재판관에게 질문 목록을 적은 종이의 사본을 요청하는가 하면, 볼펜으로 메모를 하면서 답했다. 또한 쉽게 ‘예’라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고 대부분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또한 ‘그런 것 같다’(I think so, I guess so, if you say so)는 대답도 많았다.

리는 이날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고 패터슨이 조씨를 갑자기 찌르는 걸 거울을 통해봤다”며 “조씨가 저항을 하려고 오른손으로 패터슨을 때리려 했는데 패터슨은 계속해서 찔렀다”고 진술했다.

이어서 자신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판명 난 거짓말탐지기 결과에 대해서는 “18년 전 조사 당시 수차례 통역을 요청했지만 한 번도 제공받은 적이 없으며, 당시 너무 꽉 묶여있었고 숨도 막혔으며 땀도 많이 흘렸다”며 “검사들은 시종일관 고압적인 태도로 나에게 압박했으며 심지어 술을 마시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며 당시 검찰 조사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리의 ‘기억이 안 난다’는 대답이 이어지자 패터슨의 변호인 측은 “간단한 사실에 대해서도 왜 기억이 안난다고 하는가”라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리는 “지난 18년 동안 이 사건을 잊고 새 출발하려고 많은 의사를 만나 많은 돈을 지불해가면서 상담을 받는 등 노력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명했다.

새로운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리는 패터슨이 피해자를 찌른 것에 대해서 “나중에 조씨가 패터슨을 약간 빤히 쳐다봐서(stare in wrong way) 그랬다는 말을 다른 친구들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패터슨의 변호 측은 이날 리의 진술이 여러 차례 바뀌어 신빙성이 부족하며, 화장실 거울로는 피해자를 찌르는 각도가 보이지 않고,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갔다는 진술은 변호사와의 상의를 통해서 짜여진 각본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이 중간에 5분, 10분 등의 휴정 시간을 가졌지만 2시부터 10시까지 이어진 재판에 리는 피곤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중간에 재판을 마무리하고 다음번에 다시 이어갈지 의사를 묻자, 양측은 둘 다 계속할 것을 주장했다.

리는 최종 진술에서 “오늘 피해자의 가족을 돕기 위해, 그리고 더럽혀진 나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 여기 나왔다”면서, 자신이 공모자로 기소된 사실을 저번 주에야 알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리는 “패터슨의 변호인 측이 나에 대해거짓말로 음해하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나도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아울러 그는 “패터슨에게도 할 말이 있다”면서 그를 잠시 쳐다보고는 “사실을 말하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해라. 평화를 찾고 각자 서로의 삶을 살자”고 말했다.

이날 리에 대한 증인신문이 길어짐에 따라 당시 피해자 조씨의 부검을 맡았던 이모씨에 대한 증인 신문은 향후 기일에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jjy4791@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