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막고 휴대폰 촬영한 운전자 “뇌 병변 아이 위급한데 안 비켜줘”

기사승인 2015-01-20 02: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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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막고 휴대폰 촬영한 운전자 “뇌 병변 아이 위급한데 안 비켜줘”

위독한 아이를 후송하던 사설 구급차와 부딪힌 차량 운전자가 “사고를 수습하고가라”며 구급차를 막은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가 심폐 소생술까지 받은 위급 상황에도 운전자는 믿지 않고 구급차를 10분가량을 허비하게 만들었다.

19일 SBS 보도에 따르면 한 사설 구급차는 최근 생명이 위독한 네 살배기 뇌 병변 아동을 태우고 이동하다 한 승용차와 부딪혔다. 경적과 사이렌을 울리며 차 사이를 비집고 나가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근처 다른 병원으로 행선지를 변경하던 중이었다.

구급차는 승용차를 그대롤 들이받았고 바로 다급한 상황을 알렸다. 하지만 승용차 운전자는 차를 치우는 대신 현장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구급차 기사는 운전자와 실랑이를 벌이다 직접 사고 승용차를 옮겼다. 해당 장면은 구급차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촬영됐다.

아이는 근처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피해 아동 어머니는 “눈앞에서 내 아이가 죽어 가는 상황을 말로 다 표현 못한다”며 “(운전자에게) ‘아이가 위급한 상황입니다. 아이입니다’라고도 얘기했는데도 안 믿고 안 비켜주니까 손을 잡고 끌어당겨서 보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 손을 뿌리치더라”고 말했다.

구급차 운전사는 “보험 처리해 드릴 수 있으니까 전화 주시라고, 저희가 급하니까 가야 한다고 했는데도 사고 처리하고 가라고 했다. 뭘 믿고 보내느냐고 말하더라”면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상황이라 제가 왈가왈부할 시간이 없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접촉사고와 별도로 승용차 운전자에게 구급차 운행 고의 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할 계획이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