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안산 살인사건 김상훈, 그는 ‘정신병 종합백화점’

기사승인 2015-01-20 09: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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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 심리학] 안산 살인사건 김상훈, 그는 ‘정신병 종합백화점’

안산 인질범 피의자 김상훈(46)은 인질극 당시 의붓 막내딸을 살해한 후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부인에게 전송했다. 큰 딸에 따르면 자신과 동거녀가 보는 앞에서 김은 “사랑한다. 너는 내 여자”라는 말을 동생에게 하고 몇 시간 뒤 결박을 푼 후 가슴을 만지며 성추행하고 이어 성폭행까지 시도했다고 했다.

심리학에서는 화와 분노를 구분한다. 화는 남을 아프게 하면서 자신은 위로를 받는 것이다. 분노는 남을 아프게 하면서 동시에 자신도 아픈 것을 말한다. 이 사건을 보면서 국민들은 마음이 아프다. 그러면서 분노가 올라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스스로는 변명만 하고 있다. 남의 탓만 하고 있다. 이것은 머리와 가슴에 ‘화’로 가득한 ‘악마’의 모습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려서 학대를 받고 살았지만 열심히 노력한 끝에 자수성가한 남자가 있었다. 그에게는 부인과 딸이 생겼고 그토록 원하던 스포츠카를 사게 됐다. 스포츠카를 샀던 그 날 너무 기분이 좋아서 저녁에 차를 보려고 차고에 내려갔다. 그러던 중 이상한 소리가 들러서 열어 보니까 어린 딸이 못을 들고 차를 긁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 남자는 이성을 잃고 손에 공구를 쥐고 딸의 손을 짓뭉개버렸다. 딸은 대수술을 받았지만 손을 절단해야만 했다. 수술이 끝나서 깨어난 딸은 아빠를 보자마자 절단 된 손을 비비며 말했다. “아빠 다시는 그러지 않을께요. 용서해 주세요.” 아빠는 딸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그 자리를 떠나 집으로 돌아갔다. 얼마 후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남편이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남편이 자살을 한 이유는 집으로 돌아가 차고에서 자신의 스포츠카에 긁어 놓은 글씨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글씨는 ’아빠 사랑해요(I love you, daddy)‘였다.'

분명한 것은 김은 분노가 아니라 화를 내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오전엔 현장검증을 하면서 유족을 조롱했다. 부인이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왜 우리엄마 괴롭히느냐”고 소리쳤을 때 그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비웃었다. 그리고는 “니 엄마 데려와”라고 놀리듯 말했다.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서적 둔감이나 와해된 언어 그리고 망상과 같은 모습은 정신분열증 환자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김이 지속적으로 말하는 것은 바로 부인의 ‘외도’이다. 외도에 대한 의심은 많은 부부들의 이혼의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피의자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김의 경우에는 정신병 ‘종합백화점’이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장애는 편집증적 성격장애다. 이 장애의 특징은 의심을 잘한다. 또 투사를 잘한다. 투사(projection)라는 것은 외부로부터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자기를 보호하는 심리를 말한다. 납득하기 어려운 생각이나 감정의 경우 남에게 돌려버리는 마음을 말한다. 김의 경우도 자신의 살인을 부인과 경찰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투사를 하는 것이다.

편집증적 성격의 또 다른 특징은 남들이 자기를 해치려는 나쁜 음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마음은 철저히 감추고 싸움만 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독재자의 경우 이런 모습을 많이 보인다.

이 사건은 곧 다른 사건으로 잊혀질 것이다. 하지만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이런 살인자들의 편집증적 성격과 정신불열증은 그들 스스로가 만드는 것보다 그들의 부모가 만드는 경우가 많다. 엄마가 아이를 안아주고 사랑해 주는 것은 ‘기초적 신뢰(basic trust)’를 만든다. 이 기초적 신뢰가 없다면 이 아이는 자라서 구멍 뚫린 기초적 신뢰의 공간에 불신과 분노 혹은 미움과 증오로 채우게 된다. 가족의 시스템과 국가의 시스템에 기본적 신뢰가 회복되는 대한민국이길 바란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 =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