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잡으려 때렸더니 뇌사…집 주인에 ‘징역형’ 선고 논란

기사승인 2014-10-24 11: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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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집에 칩입한 50대 도둑을 제압하다 뇌사 상태에 빠지게 한 20대 남성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 것을 두고 ‘정당방위’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위험한 물건’인 빨래 건조대로 상해를 입혔다며 집 주인 남성을 기소했고, 1심 법원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8일 오전 3시 15분 원주시 남원로의 한 주택에서 일어났다.

입대를 앞둔 최모(21)씨는 친구들과 만난 후 새벽에 귀가하다가 누군가가 집 2층 거실 서랍장을 뒤지는 것을 발견했다. 도둑임을 직감한 최씨는 김모(55)씨에게 다가가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때려 넘어뜨리는 등 격투 끝에 붙잡아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김씨는 흉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최씨와 맞닥뜨린 직후 그대로 달아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씨는 넘어진 상태에서 달아나려는 김씨를 발로 걷어차고, 빨래 건조대로 등 부분을 수차례 내리쳤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8개월째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아무런 흉기 없이 달아나려던 도둑을 과하게 폭행했다며 최씨를 기소했다.

특히 최씨가 위험한 물건으로 상해를 입힌 점을 고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 등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최씨는 놀란 상황에서 도둑을 제압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하거나, 방어 행위의 정도가 초과한 ‘과잉방어’라는 주장으로 맞섰다.

1심 법원인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지난 8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받아들여 최씨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둑을 제압하기 위한 행위라 할지라도 아무런 저항 없이 도망가려던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심하게 때려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것은 방어 행위의 한도를 넘은 것”이라며 “이런 방어행위는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최씨는 즉각 항소했고, 현재 이 사건은 춘천지법 항소심 재판부로 넘겨져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씨를 변호하고 있는 정별님 변호사는 “알루미늄 재질의 빨래 건조대를 위험한 물건이라고 볼 수 없다”며 “야간에 도둑을 보고 놀란 상태에서 이뤄진 행위인 만큼 적어도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섭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