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병언 타살 단서 없어…6월 2일 이전 죽은 듯”

기사승인 2014-08-19 14: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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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사망 원인에 대해 타살이 아니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1개월여에 걸친 수사에도 사망 원인에 대한 의문은 속시원히 풀리지 않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백승호 전남경찰청장은 19일 순천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고 수사본부 조사 결과 유 전 회장이 범죄에 의해 사망했다고 볼 수 있는 단서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병언 사망사건 수사본부는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28일 동안 2회에 걸친 부검, 법의학·법곤충학·생태환경 분석, 주요 장소에 대한 정밀 감식 등 과학적 수사방법과 함께 구속 피의자 조사, 송치재 인근 주민·버스기사·자영업자 등 1400여명에 대한 탐문 수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또 변사체에서 채취한 DNA와 지문이 유 전 회장의 것과 일치하고 유씨 주치의의 사전정보와 변사자의 사후 치아정보 일치, 입었던 의복 등에 대한 수사 결과 등을 종합할 때 변사자가 유 전 회장임을 재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수사본부가 광범위한 수색 활동, 탐문수사, 각종 과학수사 기법 등을 동원해 분석한 결과 범죄의 흔적이나 사망 후 시신이 옮겨졌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유씨 측근들이 5월 25일 이후 유씨와 접촉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씨의 사망 시기를 6월 2일 이전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은 국과수, 고려대학교 등과 함께 변사 현장에서 법곤충학 기법을 통한 실험·분석을 진행해 이같은 사망 시기가 추정된다고 전했다.

고려대 생태환경공학과 강병화 명예교수는 시신에 눌려 있는 풀과 주변 풀 이삭 상태 등을 비교해 발견 시점으로부터 10일 이상, 1개월 이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대 법의학과 이윤성 교수는 변사 현장 사진상 외상 및 변사체를 옮긴 증거는 없다고 자문했다.

변사자의 의류 7점을 비롯해 천 가방 등 소지품 34점, 현장주변 수색 중 발견한 생수병 등 69점, 별장의 압수품 18점 등 유류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정을 의뢰한 결과에서도 타살 의혹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복류에서 손상흔과 충격흔 감정 결과 예리한 도구 또는 둔기 등에 의한 손상은 없었으며, 내복과 팬티 등에서도 타격 등 외부 충격 때 발견되는 섬유 손상이나 잠재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변사체 현장의 천가방에 있던 소주병 주입구, 점퍼에 있던 스쿠알렌 병 주입구, 보해골드 소주병, 막걸리병, 매실 씨앗과 청미래덩굴 열매(맹감 열매), 육포, 머스터드 소스통 등에서도 유씨의 DNA가 추가 검출됐다.

이 밖에 학구삼거리를 중심으로 송치재에서 옛 순천교회 구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22곳과 차량 블랙박스 11개 등 녹화자료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유씨의 행적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영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앞으로 경찰은 순천경찰서에 수사전담팀 체제를 유지하며 새로운 제보나 단서를 중심으로 사실 규명을 위한 수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섭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