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사고 날 현장 날아가던 구조용 헬기, ‘전남지사 태우려고’ 도청 착륙

기사승인 2014-04-30 13: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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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참사] 사고 날 현장 날아가던 구조용 헬기, ‘전남지사 태우려고’ 도청 착륙

[쿠키 사회] 전남 진도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16일 오전 사고 해역으로 향하던 도소방헬기가 도청에 들러 박준영 전남지사를 태우고 간 것으로 드러났다. 1분 1초가 시급한 인명구조 목적의 헬기가 고위공무원을 탑승시키기 위해 도착시간을 지체한 것이다.

30일 전남도소방본부에 따르면 도소방헬기 1호기는 오전 9시 10분 조종사 2명, 정비사 1명, 구조대원 2명을 태우고 전남소방항공대(영암)를 이륙, 기상악화로 오전 10시 10분 진도 해역 상공에 도착했다.

하지만 오전 10시 40분 조종사 2명, 정비사 1명, 구조대원 1명을 태우고 전남소방항공대를 이륙한 2호기는 1호기와 달리 전남도청 앞 헬기장에 들렀다. 박 지사와 공무원을 태우기 위해서였다.

광주시소방헬기도 현장으로 급히 날아가던 중 전남도청 앞 헬기장에 착륙해 전남소방본부장과 행정부지사를 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시소방헬기는 침몰 해역으로 가려고 16일 오전 9시 40분 광주공항을 이륙했다. 헬기에는 조종사 2명, 정비사 1명, 구조대원 2명이 탑승했다.

헬기가 영암 상공을 비행할 때쯤 전남도소방본부로부터 “소방본부장과 행정부지사를 태우고 가라”는 연락을 받고 오전 10시 5분 전남도청 앞 헬기장에 착륙한 뒤 소방본부장과 행정부지사를 태우고 10시 37분 진도 해역 상공에 도착했다.

이재화 광주시소방본부장은 “광주시소방본부는 지원기관으로서 피지원기관인 전남도소방본부 지휘를 받게 돼 있다”며 “통제단장인 도소방본부장이 현장 출동을 위해 시소방헬기를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광주시소방헬기가 전남도청을 들르지 않고 곧바로 사고해역으로 갔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덧붙였다.

박청웅 전남도소방본부장은 “도지사와 행정부지사는 현장 상황을 신속히 파악해야 할 위치에 있다”며 “일반적인 재난상황 같았으면 도지사와 부지사가 소방헬기를 이용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대형 재난상황이어서 소방헬기를 이용해 현장에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재난대책 책임자로서 사무실에 대기하기보다는 현장에 빨리 갈 필요가 있었다”며 “헬기이용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당시 광주시소방헬기 1대와 도소방헬기 2대는 구조작업에 참여하지도 못했다.

도소방헬기 1호기는 사고해역 주변을 수색한 뒤 해경 지시에 의해 관매도에 대기했다가 연료공급을 위해 영암으로 되돌아왔다. 소방본부장과 행정부지사를 태운 광주소방헬기는 사고해역 주변 상공을 10여분간 선회하고 팽목항에 착륙했다.

박 지사를 태운 도소방헬기 2호기는 사고해역 주변 상공을 선회하고 진도실내체육관 인근 운동장에 착륙했다.

소방본부장은 현장 통제관으로서 소방헬기에 탑승해 현장으로 재빨리 갈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도지사를 포함한 고위공무원들이 굳이 소방헬기를 이용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청에서 진도 사고 해역까지는 승용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