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명언] 세월호 침몰 시각, 해경 "기름 유출 우려된다. 인양해라" 공문 작성"

기사승인 2014-04-23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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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의 스몰토크 - 댓글 명언]

1. 국민일보가 22일 단독 보도한 공문 한 장이 네티즌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2.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나자 목포해양경찰서가 청해진해운과 진도군청, 서해지방해경청장 및 경비안전과장 등에게 보낸 ‘침수·전복 선박 세월호 구난명령 통보’ 공문 내용 때문입니다. 3. A4 용지 2장짜리 문서에는 “귀 선사 선박의 금번 사고에 대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한가한’ 문구로 시작합니다. 해경이 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통상적인 업무 처리에만 매몰돼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죠.

4. 해경은 공문에서 “침몰 해역에 대형 선박의 통행이 잦고 어장과 양식장이 몰려 있어 2차 사고와 오염 발생시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대형 크레인을 갖춘 샐비지(Salvage) 선박을 동원해 신속히 인양 조치한 뒤 조치사항을 해경에 통보해 달라”고 청해진해운에 요구했습니다. 이어 진도군청에는 “선박 소유자로 하여금 침몰 선박이 빨리 인양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통보했고요.

5. 공문이 발송된 16일은 경찰 내부 신고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세월호가 90% 이상 기울어져 대형 사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전해진 상황이었습니다.

6. 목포 해양경찰서 관계자가 “선박 사고가 나면 응당 보내는 공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7. 이 보도에 23일 오후 4 30분 현재 1200여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추천’도 1600건에 달합니다.

8. 프리지어님과 yellow shadow님이 각기 차분하게, 그렇지만 뼈아프게 지적했습니다.

‘제 얘기가 바로 저겁니다. 선장이랑 승무원한테 비난여론 쏟아지게 하고 정부 및 군과 해경은 관리부재를 국민들이 인식하지 못하게 한 점. 왜 사고 당일 계속 교신하며 구조 체크를 하지 않았는지. 아예 의지가 없었던 겁니다. 국가를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나라치고 독재와 전쟁을 겪지 않은 나라가 없지요. 이번 세월호 사건을 통해 국민을 위해 국가가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 모든 국민이 인지해야 합니다.’

‘침몰하는 배에서 구조가 우선이 아닌 인양을 얘기하고 있는 공문을 보내는 것을 응당이라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고쳐 나가야 제 2, 제 3의 세월호가 발생하지 않게 되는 건지 의구심을 품게 됩니다. 사고에 있어서 즉각적인 대처와 상황에 따른 신속한 조치를 해야 할 사람들이 인양을 운운하는 공문을 보내 응당이라 표현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9. 그 밖에도 ‘알아서 나온 승객 말고 단 한명도 살려내지 못한 해경다운 행동’ ‘저런 관료주의에 빠진 탁상행정가가 우리 아이들을 죽인거다’라는 식의 비난 댓글이 봇물을 이뤘습니다.

10. 이 보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책상에 앉아 기름유출이 우려되니 배 인양하라는 ‘슬픈 대한민국’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