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단원고 단체 카톡방… 침몰 직전 서로 ‘위로와 격려’

기사승인 2014-04-18 0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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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괜찮은 거야? ㅜㅜ’ ‘무사히 갈 거야’ ‘무서워’

16일 오전 세월호 침몰 당시 단원고 학생들이 수학여행에 참가하지 않은 같은 반 친구들과 단체로 주고받았던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가 17일 공개됐다. 이 학교 2학년 3반 36명이 등록돼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는 친구들에 대한 걱정, 살 수 있을 거라는 격려, 혼자만 살아남은 데 대한 자책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번 수학여행에 참가하지 않은 2학년 3반 박모양과 곽모양은 17일 오전 학교에 나와 있었다. 단체 채팅방의 마지막일지 모르는 메시지들을 기자에게 보여주던 두 소녀의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었다.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도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않고 실시간 사건 현장 뉴스를 들여다봤다. 틈틈이 채팅방을 켜 혹시나 반 친구들의 메시지가 있을까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금방이라도 답장을 할 것 같던 친구들은 16일 오전 10시30분을 끝으로 묵묵부답이다.

박양은 16일 뉴스로 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반 채팅방에 ‘괜찮은 거야?’라고 글을 남겼다.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이 넘었지만 2분 만에 답장이 왔다. 친구 A양이 ‘무사히 갈 거야’라고 답했다. 친구의 말에 ‘알겠어’라고 답해주며 안심했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그때까지 박양의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은 친구들이 29명이나 되는 걸로 채팅방에 표시돼 있었다.

이번엔 곽양이 ‘얘들아 괜찮니’라고 묻는 글을 올렸다. 3분 뒤 ‘무서워’라는 답이 돌아왔다. ‘배가 곧 침몰한다’ ‘바다로 뛰어내려야 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올 무렵이었다. 곧장 박양은 ‘바다로 뛰어들어야 한다는데 진짜야?’라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지옥 같은 현장에서 구조된 김성민군은 착잡한 심정에도 16일 밤 11시30분부터 채팅방에 구조된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모두 다 봤다.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우리 반 애들 다 나올 거야. 얘들아 보고 싶어’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또 ‘○○야, △△야 보고 싶어. 내가 정말로 미안해. 곧 구조될 거야’라고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메시지를 읽지 않은 학생이 30명이나 됐다.

사고 이틀째를 맞은 이날도 자녀들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학부모와 학생, 친지들은 단원고 4층 강당으로 모여들었다. 지역 학부모회 등 자원봉사자들도 아이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 한 어머니는 2학년 교무실 옆 한쪽 벽에 편지를 써 붙이고 ‘너희가 이 학교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이들은 간간이 떠도는 ‘배에 아이들이 살아 있다’는 말에 희망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아무런
구조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울부짖었다. 안산=

안산=국민일보 쿠키뉴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