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왜 이러나요…‘게임 중독’ 父, 숨진 아들 베란다 방치, 쓰레기봉투에 버려

기사승인 2014-04-14 1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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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인터넷 게임에 빠진 20대 아버지가 2세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더구나 이 아버지는 아들이 죽은 것을 알고도 한 달이 넘게 그대로 두고, 뒤늦게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리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

14일 대구 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정모(22)씨는 지난 2월 24일 아내와 별거에 들어간 후 게임을 하기 위해 PC방을 전전하면서 아들을 방치했다.

경찰조사 결과 정씨는 생후 28개월에 불과한 아들을 혼자 두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2~3일 한 번 정도 집에 들러 확인한 후 다시 나가 게임에 몰두했다.

들를 때마다 먹을 것을 사와 아들에게 주긴 했지만 외출 후 끼니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이는 결국 사망했고, 정씨는 지난달 7일 오후 1시쯤 집에 돌아왔을 때 아들이 숨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정씨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지난달 31일 귀가해 부패한 시신을 담요에 싼 뒤 베란다에 내어놓았다.

다시 외출한 정씨는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세로 내놓은 자기 집에 중개사 등이 찾아오면 시신이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고 보고 시신을 치우기로 했다.

지난 11일 집으로 돌아온 정씨는 100ℓ들이 쓰레기 봉투에 시신을 담은 뒤 집에서 1.5㎞ 가량 떨어진 구미시 인동에 시신을 버리고 평상시와 같은 생활을 되풀이했다.

그의 비정한 행각은 별거 중이던 아내(22)가 아들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바람에 덜미를 잡혔다.

정씨는 아내가 “아들을 보여달라”고 요청할 때마다 “어린이집에 맡겼다”, “아는 누나 집에 맡겼다”는 등의 거짓말을 계속했다.

그러나 정씨는 아내가 끈질기게 아들의 소식을 묻자 함께 13일 오전 대구 동부경찰서 동대구지구대를 찾아 “노숙을 하던 중 아들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동대구역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특이점이 나오지 않은 점을 이상하게 여겨 정씨를 계속 추궁했고, 그는 결국 자신의 범행을 털어놨다.

경찰은 정씨가 아들을 방치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만큼 아들이 숨지기까지 행동에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 등의 혐의로 14~15일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1~2차례 정도 방치·학대했다면 ‘학대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정씨의 진술 가운데 오락가락하는 부분이 있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씨 부부는 고등학교때 게임을 하다가 만나 살림을 차린 뒤 뒤늦게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생활고로 별거를 시작했으며, 아내는 지역의 한 공장에 취직해 기숙사로 들어갔다. 아내가 기숙사에서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되자 정씨가 양육을 맡았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숨진 아들의 생년월일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공황상태라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