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일당 5억원’ 판결, “檢-法의 ‘봐주기 콤비플레이’”…인터넷 난리

기사승인 2014-03-24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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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일당 5억원 노역’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검찰도 결국 이 판결에 도움을 준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과 법원은 그동안 허 전 회장에 대해 “우리가 더 관대하다”라고 경쟁이나 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허 전 회장은 508억여원의 탈세를 지시하고 1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특가법상 조세포탈 및 특경가법상 횡령)로 2007년 11월 불구속 기소됐다.

‘선처 릴레이’의 첫 테이프를 끊은 건 검찰이다.

검찰은 1심 선고를 앞두고 징역 5년과 벌금 1016억원을 구형하면서 벌금형에 대해서는 ‘선고유예’를 요청했다. 허 회장이 탈루한 세금·가산금을 냈고 벌금액이 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를 댔지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의지’까지 보였기에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원을 선고하고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1일 대가를 ‘2억5000만원’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다.

형량과 벌금액은 항소심에서 다시 ‘반토막’이 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0년 1월 허 전 회장에 대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하고 1일 노역 대가를 ‘5억원’으로 산정했다. 1심 판결 후 항소를 포기했던 검찰은 다시 상고하지 않았고, 이 판결은 2011년 12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검찰이 징역 5년의 실형을 구형하고도 상소하지 않은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상소를 포기하면서 허 전 회장의 항소심과 상고심은 ‘밑져야 본전’이 됐다. 피고인만 상소를 했기 때문에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항소심에서는 노역 일당이 5억원으로 불어나 본전을 넘어선 효과를 봤다. 검찰이 국민 정서 상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을 바로 잡을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탈루한 세금과 가산금을 낸 경우 법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한 사례가 있어 선제적으로 벌금형 선고유예를 구형했다”며 “징역형과 관련해 상소를 포기한 것은 1심 판결 결과가 항소나 상고 기준에 못 미친 것으로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인터넷은 발칵 뒤집혔다.

각종 게시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비정상이 판치는 나라” “기네스북에 오를 것” “내가 대신 다 해 줄 테니 일당 5억원 달라”라는 등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번 허 전 회장의 노역 일당은 내로라하는 기업 총수들 중에서도 최고다.

벌금 2340억원을 선고받은 ‘선박왕’ 권혁 회장은 3억원,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1억1000만원, 벌금 400억원을 선고받은 손길승 SK 명예회장은 1억원으로 환산한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일반인들의 경우 노역의 90% 이상이 일당 ‘5만원’으로 적용된다.

전 창조한국당 대표인 이용경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차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광주지방검찰청 특수부는 지난 22일 오후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자진 귀국한 허 전 회장의 신병을 인천공항에서 확보해 광주교도소 노역장에 유치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