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담배녀’ 성폭력 회칙 규정 바꿔 ‘이별 통보 복수하려다…’

기사승인 2013-10-07 11: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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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이 성폭력의 범위를 축소하고 피해자 중심주의를 폐기하는 내용으로 학생회칙을 최근 개정했다.

11년 만의 회칙개정은 2011년 3월 이모(당시 21·여)씨가 이별을 통보하던 남자친구 정모(당시 21)씨의 줄담배를 성폭력으로 규정해 논란이 된 ‘서울대 담배녀’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이씨는 “정씨가 담배를 피움으로써 남성성을 과시했고 이같은 행위는 여성인 나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면서 발언권을 침해했다”며 성폭력을 당했다고 학생회에 알렸다.

서울대생을 비롯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어디까지가 성폭력인가’라는 논쟁이 불붙었고 ‘성폭력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이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딸 유모(23)씨는 2차 가해자라는 비판을 받으며 지난해 10월 자진사퇴했다. 현 사회과학대 학생회는 회칙 개정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개정된 회칙에 따르면 성폭력의 범위가 좁아졌다. 기존 회칙에는 ‘성적이거나 성차에 기반을 둔 행위’라고 규정돼 있지만 이번에 바뀐 회칙에는 ‘상대의 동의를 받지 않은 성적인 언동을 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라고 구체적으로 변경했다. 담배를 피우는 것까지 성폭력으로 규정하는 건 지나치다는 학내 여론을 수렴한 결과다.

기존 회칙이 성폭력 피해자의 주장이나 요구를 가장 중요시했다면 개정된 회칙에서는 ‘사건 당시 상황’이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로 바뀌었다. 또 인권보호 및 무고일 경우를 대비해 ‘가해자’ 대신 ‘가해피의자’로 지칭하도록 했다.

피해자 중심주의도 사실상 폐기했다. 피해자 주관에 따라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어떤 여학생이 성폭력을 당했다고 느꼈다 해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렇지 않다면 성폭력으로 규정되기 어렵게 됐다.

이 소식에 네티즌들은 “여성부에 꼭 필요한 인재”, “유시민 딸은 교육 잘 받았네”, “담배녀 말 대로면 여성들이 허벅지 드러내는 옷 입는 것도 성폭력”, “이별 통보에 대한 복수심이 요상한 결과를 초래했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