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공주’ 신원경 양, 하늘나라로…

기사승인 2013-09-03 18: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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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공주’ 신원경 양, 하늘나라로…

[쿠키 사회] 감기에만 걸려도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어서, 유리처럼 금방 깨어질 것 같다고 해서 ‘유리공주’로 불렸던 신원경 양(15)이 2일 밤 11시 우리 곁을 떠났다.

직접적인 원인은 혈구탐식성 조직구 증식증(LHL)로 전해졌다. 원경 양은 지난 7월29일 바이러스성 고열로 입원했다. 그러나 저항력이 떨어지는데다 원래 갖고 있는 합병증 등으로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

그동안 원경이를 괴롭혔던 병은 ‘하이퍼 아이지엠 신드롬’(hyper igm symdrom), 선천성 면역 결핍증이다. 2000년 초반만 해도 10살을 넘기기 힘들었다. 하지만 원경이는 희망을 가졌고, 투병생활 중에도 방송 출연과 광고 촬영, 음반 출시 등으로 희귀난치병 어린이를 돕는데 앞장 서왔다.

원경이의 이야기를 들은 작가와 가수들이 동화 ‘유리공주 원경이’(작은 모래시계를 가진 아이), 찬양에세이 ‘유리공주 원경이의 축복의 통로’ 등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묘비명은 원경이가 일기수첩에 스스로 적은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회하는 선택을 한 것이 잘못일까, 후회 없는 선택이란 없는 법이다.’

그 밑에는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더 이상 어떤 방식으로든 상처받지 않기를’, ‘사람은 다시 태어날 때 백지상태라면 그 백지의 눈치 채지 못할 하얀색이 칠해져 있어 단지 색깔이 같아서 모를 뿐이야. 그리고 그 색이 우리들의 인연이길 바래’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쪽에선 명언들을 요약하면서 속마음을 대신했다.

‘태어난 이 시대를 원망해선 안돼. 사람들에게 칭찬받지 못한대도 상관없어. 언제든 웃을 수 있는 강인함을 잃지 말거라. 살아남으면 반드시 즐거운 일이 많이 생길테니까.’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심장이 총알에 뚫렸을 때? 아니.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아니. 맹독버섯스프를 마셨을 때? 아니야!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 때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8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장지는 경기도 고양시 하늘문공원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재우 기자 jwjeon@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