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들 “국정원 사건 은폐 국민 앞에 부끄럽다” 실명 사과 릴레이

기사승인 2013-06-16 17: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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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들 “국정원 사건 은폐 국민 앞에 부끄럽다” 실명 사과 릴레이

[쿠키 사회] 일선 경찰관들이 ‘국정원 사건’ 축소·은폐 수사를 직접 사과하고 나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쏟아지는 경찰관들의 자발적 사과에 네티즌들은 호응했다.

16일 오후 2시쯤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황정인 수사과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경찰은 거듭나야 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황 과장은 페이스북에 “수사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신뢰마저 잃었다. 지방경찰청장이 범죄행위를 지시하는데도 지휘계통의 어느 누구도 제동을 걸기는커녕 오히려 적극 가담했다. 이번 사건은 곪을 대로 곪은 경찰 조직의 구조적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경찰청은 마땅히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의 재발방지대책으로 관련자 전원에게 가혹한 처벌을 해야 한다. 조직이 깨지는 아픔을 겪을 각오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경찰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황 과장을 비롯한 일선 경찰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붉은 사과를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해 공정성을 해친 점과 조직 내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하고 부당한 명령이 가능한 조직으로 만든 점, 경찰로서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침묵한 점을 국민께 사과한다”고 했다.

한 경찰관은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경찰은 굴종을 끊고 올바른 주체성을 찾아야 합니다”라는 문구를 들고 촬영한 사진을 게재하고 “권한은 상부가 갖고 책임은 현장에서 지는 구조와 의사결정을 왜곡시키는 인사제도 및 조직 운영 등 수사경찰의 굴종을 부르는 제도들은 일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경찰관들의 릴레이 사과는 경찰이 김용판 전 서울청장의 지시로 국정원 직원의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를 축소 발표한 사실이 지난 14일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국민적 신뢰가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성격이 강한 ‘윗선’에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선 경찰관들의 자발적 사과에 시민들은 호응했다. 네티즌들은 “용기 있는 경찰이 있어 희망을 본다”거나 “다시는 국정원 사건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을 써달라”고 주문했다. 한 네티즌은 “사명감 있는 경찰관들이 직접 국민 앞에서 사과를 하고 있지만 정작 사건의 장본인은 사과를 하지 않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동우 황인호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