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lite] 여성 가스검침원의 방문과 수도검침원 살인사건

기사승인 2013-05-19 17: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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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lite] 지난 토요일 집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인터폰 소리가 들립니다. 딸아이가 문을 열어주었는데 웬 40대 여자분이 장비를 들고 들어옵니다. 알고
보니 가스검침원입니다.

저희 집이 복층 구조라 이 여성 가스검침원 분께선 위 아래층에 있는 보일러실을 열어 가스소모량과 가스누출 여부를 체크합니다. 대개 보일러실이 어둡지요.

회사 생활하는 제가 가스검침원과 맞닥뜨린 건 처음입니다. 아마도 제 출근시간에 주로 다녀가겠지요. 한데 이 가스검침원이 여자분이라 쉽게 문을 열었지, 남자 가스검침원이라면 문 열기 쉽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혼자 사는 여성의 경우 더욱 그렇겠지요.

세상이 험해 누가 인터폰 누르면 얼른 문 열어주기 쉽지 않습니다.

그 여성 가스검침원이 나가자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한데 제가 사건, 사고를 많이 접하는 기자라 그런지 여성 검침원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개 중년 여성이 가스검침원인 경우가 많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이와 비슷한 사건이 19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했습니다. 50대 여성 수도검침원이 10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겁니다. 피해 여성은 마지막으로 목격된 주택에서 900m 떨어진 곳에서 알몸으로 발견된 거지요. 경찰은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겠다고 합니다.

이 기사를 접하니 ‘아 여성 검침원은 종일 불안 속에 일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의별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고, 각 집마다 형편이 다르니 그들은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겠지요.

수도 검침은 도시가스 검침에 비해 복잡하지 않지만 도시가스 검침은 쉽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 어머님 집만 해도 가구마다 계량기가 따로 있고, 또 높은 벽에 걸려 있으니까요. 계량기는 비와 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싸매놓기 일쑤라 점검 하려면 품이 더 들겠지요. 지붕을 올라 타야할 경우도 있고요.

도시가스 검침은 해당 회사 직원이 하는 경우가 극히 드뭅니다. 대개 용역회사가 합니다. 단순 업무기 때문이죠. 용역이라는 게 결국은 검침원에게 주어야 할 돈을 떼는 거죠. 검침원이 받는 월급은 대략 90만원 정도입니다.

이런 분들이 검침원뿐이겠습니까? 경비원, 요양보호사, 마트 계산원, 간병인, 파출부 등으로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 고용 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성의 경우 성폭행과 같은 두려움 속에 일을 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여간 아니겠지요.

여성 검침원이 방문하면 각 가정이 한결 마음을 놓습니다. 그렇다면 그 여성 검침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2인 1조 검침’ 등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연히 비용 문제가 나오겠죠. 바로 이런 문제에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국민이 세금 내는 겁니다. 용역비를 줄이던지, 가스회사 등의 이윤을 줄이던지 해서 대책을 마련해야죠.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