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난게 저예요. 엄마, 전 비겁한 경찰인가요?”

기사승인 2012-09-17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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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일단 따라가면서 예의주시하는게 낫다고 판단했다. 괜히 자극했다간 누군가 다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긴급한 상황일수록 냉철해지려 애썼다. 다행히 다친 사람 없이 피의자를 잡았고, 일각에서는 '눈 앞의 흉기난동범을 적극적으로 제압하지 않은 경찰'이라며 비난했지만 부끄럽지 않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지난 15일 전동차 흉기난동 현장에 있었던 안양 모 경찰서 소속 이모(25) 순경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글을 통해 사건 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의 편지는 경찰청 온라인 소통계 공식 트위터(@polonsori)를 통해 소개되며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맞아요. 엄마, 뉴스에 난 게 저예요"라고 시작되는 편지에서 이 순경은 "사실 겁도 났어요. 술에 취한 녀석의 눈동자가 풀려 있었어요. 무언가 계속 혼자 말을 하며 이상한 행동을 하기에 계속 따라가면서 지켜봤지만, 녀석이 어떤 행동을 할 지 예측할 수는 없었어요"라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들을 찾아보았지만 모두들 외면하고 있었어요. 녀석의 진로를 막아서는 것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라며 "저는 녀석이 다른 곳을 보는 사이 112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정확하게 차량번호와 통과지점을 알고 있었다는 거죠. 비명소리를 듣고 줄곧 기회를 보고 있었거든요"라고 설명했다.

경찰관이 한 명이라도 출동하는 순간 흉기난동범을 덮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그는 결국 자신의 신고를 받고 전동차에 올라탄 경찰과 함께 흉기난동범을 검거했다.

이 순경은 이 사건이 알려진 후 일부 보도 등을 통해 흉기난동범을 제압하지 않은 경찰이라며 비난 받기도 했다.

그는 "엄마, 늘 내 걱정만 하는 엄마, 이제 그만 걱정하세요. 뉴스에는 났지만 뭐 그렇게 제가 비겁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라며 "설령 비난 좀 받더라도 제 마음속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앞으로 그런 상황이 또 닥친다면 저는 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저는 경찰이니까요"라며 글을 마쳤다.

한편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전동차 안에서 승객들을 흉기로 위협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모(3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5일 오전 7시55분쯤 군포시 당정역에서 천안행 전철을 타고 가던 중 의왕역에서 여대생 A씨(18)에게 다가가 주머니에 있던 흉기를 꺼내 위협했고, A씨가 비명을 지르자 다른 칸으로 이동해 계속해서 다른 여성 승객에게 흉기를 꺼내보이며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때 퇴근을 위해 사복차림으로 이 전동차를 타고 있던 이 순경은 몰래 112에 신고한 후 이씨를 뒤쫓았으며, 자신의 신고를 받고 화서역에 정차한 전동차에 올라탄 경찰과 함께 반항하는 이씨를 제압해 검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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