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김여사’ 대응 미숙으로… 가해자 남편 신상털기까지 당해

기사승인 2012-04-23 16:15:01
- + 인쇄
‘운동장 김여사’ 대응 미숙으로… 가해자 남편 신상털기까지 당해

[쿠키 사회] 인천의 한 고교운동장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블랙박스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여성운전자의 대응미숙에 대한 비난과 이에 따른 신상털기가 이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 국내 모 포털사이트의 교통안전카페에 최초로 게시된 약 30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학교 운동장에서 서행하던 차량이 운전자가 통화하던중 앞을 지나가던 여고생을 발견하지 못한 채 충돌한 장면이 담겨있다. 사고가 일어난 뒤에도 가해차량이 약 1m를 전진한 탓에 여고생은 앞에 주차된 차량 사이에 끼며 중상을 입게 됐다.

영상 속의 사건은 지난 21일 오후 5시 15분 인천 모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일어났으며 피해자인 고3 여학생은 생명에는 큰 지장은 없지만 정밀진단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네티즌들이 비난에 나선 까닭은 가해 여성 운전자가 사고 직후 비명만 지를 뿐 차량을 후진하지 않은 점에 있었다. 여고생이 차에 끼인 상태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사고 현장을 확인하러 나온 앞차 운전자가 급하게 다시 차량에 올라 전진을 했기 때문이었다.

해당 동영상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됐고, 일부 남성 네티즌들은 운전에 미숙한 여성을 지칭하는 ‘김여사’라는 단어를 써가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상황이 또 다른 국면으로 들어간 것은 22일 오후 6시쯤이었다. 자신이 가해 여성운전자의 남편이라고 주장한 남자가 부인을 옹호하는 글을 인터넷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다.

이 남자는 “저도 전문가가 아니고 사고차량에 탑승하지 않아서 사고 상황은 모르는 상태지만, 집사람 말로는 시동도 안 걸리고 기어도 주행모드에서 중립으로 내려가지 않아서 차를 움직일 수 없었다”는 정황을 밝히며 부인의 입장을 대변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영상 속의 여성운전자는 비명만 지를 뿐 기어를 조작하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며 남편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일부 네티즌들은 작성자 아이디를 근거로 그 동안 남편이 올린 게시물들을 증거로 들며 실명은 물론 거주지역까지 알아내는 ‘신상털기’에 나섰다. 가해자뿐 아니라 관련 가족까지 개인 신상이 유출될 수 있는 2차 피해의 여지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가해자의 남편이 한 시간 뒤인 22일 오후 7시쯤 정식으로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미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된 뒤였다.

현재 인터넷을 중심으로 사고 가해자의 과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신상털기’식의 지나친 비방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네티즌은 “비난할 만한 사건을 찾았다 싶으면 신상털기 등 열을 올리다 며칠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잊어버리는 행태가 문제”라며 지나친 과열여론의 자제를 요청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도 “특정인에게 해악을 가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신상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며 무분별한 신상털이를 경계했다. 혐의가 인정되면 2년 이하의 징역과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혁의 기자 hyukeui1@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