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또 자살 충격… 천재의 유서를 보니

기사승인 2012-04-17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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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또 자살 충격… 천재의 유서를 보니

[쿠키 사회] 지난해 학생과 교수의 잇따른 자살로 사회에 충격을 줬던 카이스트 대학에서 또 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학생은 ‘진로가 고민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17일 오전 5시40분쯤 대전 구성동 카이스트 기숙사 앞 잔디밭에 재학생 김모(22·전산학과)씨가 숨진 채 쓰려져 있는 것을 지나던 학생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타살의 흔적이 없고 방에서 유서가 발견된 점, 김씨가 찍힌 기숙사 CCTV 영상 등으로 미뤄 볼 때 김씨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기숙사 CCTV 영상에는 김씨가 기숙사 방문을 열고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에서 내리는 장면이 찍혀 있다. 경찰은 17층 건물인 기숙사 옥상문이 잠겨 있고, 15층 창문이 열려 있는 점으로 미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김씨가 한 층을 올라간 뒤 창문을 열고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는 자신의 방에 메모 형태의 유서를 룸메이트와 가족 앞으로 각각 1장씩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룸메이트에게 보낸 유서에서는 ‘미안하다. 먼저간다’라고 남겼고, 가족에게 ‘열정이 사라지고 진로가 고민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또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이렇게 좋은 가정은 없을 거야. 엄마, 아버지, 동생 사랑한다”고 적으며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광주과학고 출신인 김씨는 2007년 카이스트에 입학했고 성적도 준수한 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학기부터 김씨와 함께 생활한 룸메이트는 “전혀 자살의 낌새를 눈치 챌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외견상 자살할 만한 이유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졸업을 앞두고 학업이나 진로 등에 의욕을 잃고 느끼는 우울증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남긴 유서와 유족, 학우 등을 통해 구체적인 자살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2011년 1월부터 4월까지 카이스트 대학에서는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학생들에게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를 주는 ‘징벌적 등록금제’와 전 과목 영어수업 등을 추진한 서남표 총장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후 카이스트는 징벌적 등록금제의 수준을 완화하고 교양과목에 한해서는 우리말 수업을 시행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