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판 오수의 개’…한파 속 치매 노인 구한 생후 2개월 강아지

기사승인 2012-01-15 1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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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한파가 몰아친 야산에서 치매 증세로 길을 잃고 쓰러진 80대 노인이 극적으로 목숨을 구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노인의 목숨을 구한 것은 생후 2개월 된 강아지였다.

평소 심한 치매 증세를 앓던 이모(85)씨가 강원도 강릉시 청량동의 집에서 사라진 시간은 지난 12일 오후 4시쯤이었다. 이씨가 저녁까지 귀가하지 않은 점을 이상하게 생각한 아내는 오후 6시쯤 아들에게 연락했지만 이씨의 행방은 묘연했다.

아들은 오후 9시쯤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하고 이씨를 찾기 시작했다. 경찰도 자택 주변을 시작으로 2시간 넘게 수색을 벌였으나 이씨의 종적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같은 시간 이씨는 집으로부터 약 300m 떨어진 야산에 있었다. 이씨는 치매 증세로 영하 10도의 한파가 몰아친 야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저체온증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어가던 중이었다.

모자와 장갑도 착용하지 않은 평상복 차림의 80대 노인이 한파 속에서 살아남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씨의 곁에는 생후 2개월 된 흰색 풍산개가 있었다. 이씨를 따라나갔던 이 강아지는 사경을 헤매던 이씨의 배 위에 앉아 몸을 녹여줬다.

불 속에서 술에 취해 잠든 주인을 자신의 몸에 냇물을 적셔 구하고 죽은 전북 임실군 오수면의 ‘오수의 개’ 설화처럼 개가 기지를 발휘해 사람의 목숨을 구한 것이었다.

경찰은 야산으로 수색 범위를 넓힌 끝에 이씨와 강아지를 발견했다. 쓰러진 이씨의 품에서 강아지가 체온을 나눠주는 모습을 목격한 경찰과 가족들은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씨의 아들은 “강아지를 생명의 은인으로 알고 평생 한 가족처럼 지내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강릉에는 방한복을 입지 않고는 10분도 서 있기 어려울 정도로 추웠다. 조금난 늦게 발견했다면 최악의 상황을 맞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구조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뒤 지난 13일 오전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