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선거날 선관위 홈피 DDoS, 범인 알고보니…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직원이 지시

기사승인 2011-12-02 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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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10·26 재·보궐 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에 분산서비스공격(DDoS)을 가해 시스템을 마비시킨 범인이 한 한나라당 국회의원실의 직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고된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일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직원인 K모(27)씨와 K씨로부터 요구를 받고 실제 공격을 진행한 IT업체 직원 3명을 이같은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검거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K씨는 디스크 수술과 간염 등 건강 악화를 이유로 의원실을 그만 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K씨 등은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 지난 10월26일에 200여 대의 ‘좀비 PC’를 동원해 DDoS 공격을 실시, 선관위 홈페이지를 약 2시간 동안 마비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DDoS 공격을 통해 초당 263MB 용량의 대량 트래픽을 유발했다.

조사 결과 K씨는 선거 전날인 25일 밤에 홈페이지 제작업체를 운영 중인 지인 강모(26)씨에게 연락해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필리핀에서 체류 중이던 강씨는 한국에 있는 회사 직원 김모(27)씨에게 공격할 것을 지시해 실제로 수행토록 했으며 같은 회사 직원인 황모(25)씨는 공격 진행 과정을 점검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K씨와 검거된 홈페이지 제작업체 직원 3명은 모두 같은 고향 출신으로 친분이 있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 범행인지 밝혀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해당 의원 등 윗선의 지시 여부도 조사 중이다.

선거 당일 선관위 홈페이지의 외부 접속이 차단됐던 시점은 오전 6시15분~8시32분이다. 당시 야당을 선호하는 상당수의 젊은 유권자들이 이 때문에 투표소 변경 확인에 어려움을 겪는 등 투표에 지장을 줬다는 주장이 불거진 바 있어 이번 사건은 정치적으로 상당한 파문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들이 재보궐선거 당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도 공격했는지를 수사 중이다. 당시 박 후보의 홈페이지는 오전 1시47분~1시59분에 1차 공격을, 5시50분~6시52분에 2차 공격을 받아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K씨는 현재 범행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