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만나 北지령 받은 간첩단 ‘왕재산’ 적발 구속기소

기사승인 2011-08-25 1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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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공안당국이 북한과 연계된 국내 지하당 조직을 적발했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종북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발표한 첫 반국가단체사건이다. 이들은 북한으로부터 진보 대통합정당을 구성하라는 지시를 받고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신청하는 등 정치권에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와 국가정보원은 25일 북한 노동당 225호국의 지령을 받아 반국가단체 ‘왕재산’을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가입, 간첩행위 등)로 총책 김모(48)씨와 인천지역책 임모(46)씨, 서울지역책 이모(48)씨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들의 하부 조직책인 민주노동당 당원 등 5명을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총책 김씨는 1993년 8월 김일성 주석과 면담해 “남조선 혁명을 위한 지역 지도부를 구축하라”는 접견교시(만나 지침을 받는 것)를 받았다.

이들은 2001년 3월부터 김 주석의 항일유적지에서 이름을 따온 ‘왕재산’이란 지하당을 구축했다. 2005년엔 인천에 ‘월미도’, 서울에 ‘인왕산’이라는 이름의 단체를 결성했고, 같은해 북한에서 훈장을 받았다. 김씨 등은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에 맞춰 매화 문양이 담긴 매화석을 충성 증거로 보내기도 했다.

특히 북한 조선노동당 225호국은 이들에게 각종 선거 때마다 정치권에 진입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지난 5월에는 민노당을 중심으로 진보대통합당을 건설해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사회당을 고사시키라는 지침을 수차례 내렸다. 서울지역책인 이씨는 정치권에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임채정 전 국회의장의 정무비서관으로 활동했고 18대 총선 출마를 위해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북한이 2002년부터 이들에게 여야 상층 인사 2~3명을 접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누구와 접촉했고, 성과가 있었는지 등은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왕재산 조직원들이 인천의 주요시설 테러 및 시민군 결성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씨 등은 인천을 혁명투쟁의 전략거점으로 만들라는 지시를 받고 인천시청, 케이블방송국, 주요 공장, 군부대, 경찰서 등에 대한 타격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말에는 인천지역 저유소와 공업단지에 조직원을 배치해 2014년까지 폭파준비를 완료하라는 지령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또 우리 군의 전시기동계획과 야전교범, 발전소와 가스기지 및 백령도 등의 지형정보 등을 담은 위성사진을 외장 하드디스크에 담아 중국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만난 북한 공작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