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 인분 먹였다는 男 “편집 과정에서…농약 먹고 죽고 싶다”

기사승인 2011-08-06 17:00:00
- + 인쇄
개에 인분 먹였다는 男 “편집 과정에서…농약 먹고 죽고 싶다”


[쿠키 사회] 최근 기르는 개들에게 인분을 먹이고 있다는 장면이 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돼 대중의 공분을 산 바 있는 최모(43)씨가 편집과정에서 생긴 오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최씨의 설명은 6일 현장을 직접 방문한 동물보호단체측을 통해서도 뒷받침됐다.

지난 2일 SBS ‘생방송 투데이’에서 가족과 떨어진 채 ‘마지막 자연인’으로 소개된 최씨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나 지금 농담하고 있는 것 아니다. 그냥 먹고 죽어버리게 농약 좀 보내달라”고 격한 표현으로 말문을 열었다.

최씨는 “제작진측의 어이없는 편집으로 난 하루 아침에 ‘똥개남’이 돼 버렸다”며 “나야 어차피 산 속에서 혼자 지내는 사람이니 그냥 해프닝으로 끝내면 된다. 그런데 내 가족들은 어떡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최씨에 따르면 그는 프로그램에 등장한 개들에게 다른 가정집에서 기르는 애완견과 똑같이 사료도 주고 있으며, 자신이 먹다 남은 음식 등으로 직접 밥을 지어주며 기르고 있다. 다만, 평소에 묶어놓고 키우는 개들을 가끔 풀어줬을때 개들이 가서 인분을 먹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최씨는 “당시 제작진이 촬영을 왔을때 내가 개들을 위해 직접 밥을 만드는 장면도 촬영했다”며 “그런데 방송을 보니 그런 장면들은 전부 삭제됐다. 그러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내가 마치 개들에게 밥을 안 주고 인분만 먹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프로그램이 방송된 다음날 제작진에 전화해 삭제된 부분을 방송해주든,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하든 어떤 방식으로라도 대중에 해명을 좀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촬영을 온 곳은 외주제작사다. 본사와 협의해봐야 한다고만 하더니 아직도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방송 이후 이 논란을 소개한 언론에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기사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동안 나는 기자들로부터 전화 한 통 받은 적 없다”며 “프로그램에 나온 장면만 가지고 일방적으로 기사를 쓴 매체들을 법적으로 고소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씨의 이같은 주장은 이날 최씨가 사는 곳에 직접 다녀온 동물보호단체의 설명과도 일치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대표는 “충분한 양의 사료가 비치돼 있는 것을 확인했고, 개들도 매우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며 “프로그램 편집으로 인해 대중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최씨가 최근에 비가 많이 와 화장실 안에서 개가 새끼들을 낳도록 했다”며 “화장실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으며 화장실 옆에 개집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표는 “최씨가 산삼캐는 일을 해 집에 없는 시간이 많아 개가 스스로 인분 먹는 것을 일일이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앞으로 집을 비울때는 묶어놓도록 약속을 받았다. 또 새끼 8마리는 산 속에서 자라면 위험할 수 있으니 우리 단체를 통해 입양을 보내주겠다는 제의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다만 어미개는 7년을 넘게 키워 정이 많이 들었다며 계속 자신이 키우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에 대한 의식이 향상돼가고 키우는 인구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방송이 오히려 그런 흐름을 못 따라가는 것 같다”며 제작진의 편집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외주제작사측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는 있지만 현재 별다른 입장 같은 것은 없다”며 “본의 아니게 출연자가 피해를 당하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기자 트위터@noonke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