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만에 유모 가족과 상봉한 40대 입양인

기사승인 2011-07-29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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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3살때 미국으로 입양됐던 40대 여성이 37년 만에 한국을 찾아 경찰관의 도움으로 입양 전 가족처럼 보살펴 주던 유모의 가족과 상봉했다.

29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입양된 미국인 H씨(40)는 지난 25일 남편과 함께 경찰서 민원실을 찾았다.

자신을 낳아준 생모와 입양 전 길러 준 이모(1935년생)씨 가족을 찾고 싶어했지만 1937년생인 생모의 기록은 전산에 남아있지 않았다. 직계 가족이 아닌 이씨 가족은 경찰이 찾아줄 수 없었다.

남편의 업무차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H씨는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야 했고 오는 30일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

담당 경찰관은 안타까운 마음에 실종사건 전담팀장이었던 교통관리계장 홍성필 경위에게 사연을 전했다.

홍 경위는 '이씨 가족이라도 찾아보자'며 나섰고 H씨가 가지고 있던 이씨 가족의 이름과 생년, 사진 등을 토대로 인천 부평구에 사는 이씨의 아들 정모(53)씨의 가족을 찾아냈다.

H씨의 생모와 이씨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정씨는 30여년 전 H씨와 가족의 사연을 들려줬다.

부평의 기지촌에 살던 H씨의 생모는 미군부대에서 일하던 한국 남자와의 사이에서 H씨를 낳았지만 남자는 떠나고 자신은 병이 들어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았다. 이웃에 살던 이씨는 아들 셋만 두고 있어 딸로 삼겠다며 H씨를 키웠다.

그러다 당시 미군부대에 근무하던 사람에게 유아용품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그들이 양부모가 돼 H씨는 미국으로 떠났던 것.

H씨는 2003년 세상을 떠난 이씨의 영정이 있는 인천 가족공원 납골당을 찾아 이씨의 영정을 어루만지며 다시 한번 눈물을 쏟았다.

홍 경위는 폭우 속에서도 자신의 차를 몰아 지금은 공원으로 변한, H씨가 태어나 입양 전까지 살았던 부평 미군기지 일대를 함께 찾기도 했다.

H씨 부부는 연료비와 음식 대접까지 정중히 거절한 채 홍 경위에게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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