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출신 30대,버린 생모 30년만에 찾아가 살해…"친아들도 못알아보다니""

기사승인 2011-03-09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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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지난 8일 오후 11시10분쯤 서울 신림동 관악경찰서 신사파출소에 30대 남성이 찾아왔다.

남성은 “어머니를 살해했다”며 “복수를 마쳤으니 이제 죄 값을 치르고 싶다”고 했다. 술 냄새를 풍겼지만 비교적 말투가 또렷했고 옷깃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남성은 34살 무직의 이모씨였다. 이씨는 어머니 최모(55)씨가 자신이 일곱살 때인 1982년 의붓아버지 노모(52)씨와 살림을 차리기 위해 집을 나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부터 내 마음에는 어머니에 대한 미움이 응어리졌다"고도 말했다.

어머니가 가출한 뒤 그는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친아버지는 아내가 집을 나가자 다른 여자를 불러들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알콜 중독에 빠져 이씨가 11살 때인 87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버지가 데려온 새어머니는 이씨와 남동생 형제를 부산에 있는 고아원에 보내고 연락을 끊어버렸다. 이씨는 새어머니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16세 때 고아원에서 도망나와 가발공장 등을 전전하며 일용직 노동으로 힘들게 삶을 꾸려가야 했다. 1998년 역시 고아원에서 나온 동생을 만나 서울 신림동에 전세 500만원짜리 단칸방을 마련해 함께 지냈다.

이씨는 최근 몇 년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그나마 생계는 동생이 공장 일을 하며 번 돈으로 겨우 하루하루를 연명했다.

끝도없이 계속되는 불행과 먹구름처럼 이 불행이 밀려올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이씨는 이 모든 일이 어머니로부터 시작됐다고 가슴 깊이 되새겼다고 한다. 삶이 힘들어질수록 어머니와 의붓아버지에 대한 분노는 더욱 깊어갔다.

결국 이씨는 둘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지난 2월 인터넷 쇼핑몰에서 길이 20㎝의 회칼을 구입했고 지난 8일 오전 11시40분쯤 어머니가 살고 있는 서울 방화동 영세민 임대아파트를 찾아내 아파트 초인종을 눌렀다. 그의 마음속에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내 불행을 몰고온 사람을 죽이겠다'는 분노와 '엄마가 날 알아볼까? 무슨 말을 할까? 왜 날 버렸는지 물어보자?'는 설레이는 마음이 엇갈리면서 그는 손을 떨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씨가 이름을 밝힌 뒤에야 어머니는 "술 한잔 하자"며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두 사람은 4시간 동안 소주 2병을 나눠 마시며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아프고 힘들었을 친모에 대한 애정이 싹트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어머니를 살해하겠다는 결심은 누그러졌다.
어머니 최씨가 "기다리던 사람이 찾아왔다"고 말하는 순간에는 어머니에 대한 이해심이 더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둘의 대화는 좋게 끝나지 않았다. 취기가 오른 아들 이씨는 "왜 나를 버렸냐"고 어머니를 나무랐다. 어머니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더 이상 대화가 진행되지 않겠다는 생각에 이씨는 그냥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최씨는 “진짜 너 내 아들 맞느냐, 누가 보내서 왔느냐, 주민등록증을 보여보라”고 막말을 하며 아들을 밀쳤다.



그때 이씨에게 갑자기 어머니에 대한 적개심이 되살아났다. 그는 몸에 품고 간 회칼을 꺼내 어머니를 수차례 찔렀다.

한번 터트려진 분노는 멈춰지지 않았다. 곧바로 이씨는 오후 6시30분쯤 경기도 양주의 한 식당 앞에서 친어머니의 남편 노씨를 만나 어머니를 찌른 칼로 살해했다.

스스로 경찰을 찾아와 자수한 이씨는 펑펑 울었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한 뒤 충격을 받아 지금까지 이성교제도 한번 해본 적이 없었었요"



이씨는 "살해한 건 죄송하지만 나도 피해자"라며 울먹였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웅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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