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이혼, 가출, 궁핍, 그리고…시골 문학소녀 서울대생 되다

기사승인 2010-12-10 2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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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이혼, 가출, 궁핍, 그리고…시골 문학소녀 서울대생 되다

[쿠키 사회] 초등학교 때 엄마와 아빠는 헤어졌다. 부모가 이혼이었다. 그 땐 부모의 이혼에 나에게 어떤 고통이 올지를 잘 몰랐다. 더욱이 엄마 아빠 모두 집을 나가 버렸다.

서울대 수시모집에 전북 익산 함열여고 3학년 조수정(18·사진) 양은 지난 시절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수정이의 과거는 너무나도 힘든, 순탄치 않은 일들로 가득했다. 동생과 함께 '버려진' 수정이는 친할머니 집에 맡겨져 자라야 했다. 할머니 밑에서 항상 경제적으로 궁핍할 수 밖에 없었고, 학교에서나 이웃에서나 그녀를 보는 시선은 차갑고 따갑기만 했다.

어릴 적부터 감수성이 예민했던 수정이는 그럴 때마다 동생을 부둥켜안고 한없이 울었다. 휴일에 되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 가는 또래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조그마한 어린아이였지만 삶은 고달팠으며 수도 없이 좌절해야만 했다. 하지만 수정이에게 희망의 끈이 되어준 3명의 ‘멘토’가 있었다. 자칫 삐뚤어 질 수 있는 결손가정 출신이었지만 중학교 때 만난 장은진 교사는 남달리 영민한 그녀에게 항상 희망을 불어넣었다.

“넌 이 다음에 누구보다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
장 교사는 수정이가 힘들 때마다 진학 상담을 자처했다. 고교 3년 내내 국어를 담당했던 황숙희 교사는 조 양의 남다른 감수성을 자극하고 문학적 소질로 탈바꿈시킨 또 다른 멘토였다. 이웃 김명숙 씨는 이혼한 부모가 집을 나갔다며 눈총을 주던 주위 사람들과는 달리, 물심양면으로 수정이를 보살펴줬다.

수정이는 이들 덕분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내내 내신 1등급과 전교 1·2등을 놓치지 않았다. 뛰어난 학업 성적으로 선생님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을 뿐 아니라, 풍부한 감수성과 예리한 통찰력, 날카로운 필치로 글을 쓰는 문학소녀이기도 했다. 서울대는 수정이의 이런 탁월한 학업성적과 문학적 능력을 높이 평가해 수시합격자로 뽑은 것이다.

고교시절의 멘토 황 교사는 조 양의 합격 소식을 듣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항상 해맑았던 수정이가 드디어 꿈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슬픈 상처를 안고 있는 수정이한테 많은 책을 읽게 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길러주려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논술과 독후감, 글짓기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며 조양을 칭찬하는 황 교사의 눈은 금새 눈물이 번졌다.

수정이는
“국어 선생님이 돼 저처럼 힘든 삶을 살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학생들에게 문학을 통해 용기를 주고 싶다”고 소박한 포부를 밝혔다. 그녀는 무엇보다 할머니가 기뻐 하시는 게 너무 좋다. 수정이로선 할머니이게 웃음을 선물했다는 것이 너무 기분 좋다.

함열여고 한백수 교감은 “늘 배려심 깊고 친구들에게 붙임성이 좋아 겉으로봐선 수정이한테 그렇게 힘든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라며 “이제 삶의 방향을 정한 만큼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치길 바란다”고 축하의 말을 건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