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대중목욕탕…알고는 못가겠다

기사승인 2012-08-26 13: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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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대중목욕탕…알고는 못가겠다

[쿠키 과학] 대중목욕탕 물을 분석한 다수의 실험에서 각종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검출됐다.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이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은 대중탕 이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에는 서울 강북구 대중목욕탕 7곳에서 수인성 전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검출됐다는 논문이 실렸다. 손운흥 신흥대학교 임상병리과 교수 등 연구팀은 강북구 대중목욕탕 30곳에서 욕탕의 물을 채취해 검사했다. 그 결과 7곳에서 병원성 미생물이 검출됐다.

발견된 병원성 미생물은 녹농균, 비결핵 항산균, 대장균(E. coli), 시겔라, 살모넬라가 포함됐다.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은 오염된 물을 통해 상처에 감염되거나 병원 등에서 환자의 호흡기나 눈에 감염되는 병원감염성 폐렴의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어 수영장이나 병원 등에서 주요 감시대상에 꼽힌다.

비결핵 항산균(NTM·Non-tuberculous mycobacteria)은 과거 비병원성으로 간주됐지만 최근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감염돼 결핵을 유발하는 원인균으로 밝혀졌다. 수돗물 또는 기타 물 공급원에서 NTM의 오염은 면역결핍환자의 결핵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공중보건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겔라는 세균성 이질의 원인균이고, 살모넬라는 식중독 등을 일으키는 원인균이다.

2010년 발간된 대한산업의학회지에는 대중목욕탕 청소 근로자가 ‘온수 욕조 폐’라는 질병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됐다. 이 질병은 NTM의 일종인 마이코박테리움 아비움 복합체(Mycobacterium Avium Complex)라는 미생물이 일으킨다.

13개월 동안 대중목욕탕에서 매일 온수 욕조와 욕실 바닥을 청소한 53세 여성 근로자가 호흡곤란을 호소해, 흉부 전산단층촬영과 폐조직 검사를 통해 과민성 폐렴으로 진단됐다. 이후 환자의 가래와 온수 욕조에서 원인균이 발견돼 온수 욕조 폐로 확진됐다.

2009년엔 서울 종로구 목욕탕 다수에서 병원성 미생물이 검출됐다는 논문이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실렸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연구팀이 진행한 이 실험에선 목욕탕 14곳에서 물을 떠 분석한 결과 10곳에서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이 검출됐다.

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내 일명 ‘수퍼 박테리아’라고 불리는 항생제내성균의 일종인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가 3곳에서 발견됐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호흡기 감염, 수술 부위 감염 등을 일으키고 약제 내성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밖에 중이염을 일으키는 슈도모나스 오티티디스(Pseudomonas otitidis) 등의 미생물이 검출됐다.

간염 바이러스가 목욕탕 물에서 검출된 연구 결과도 있다. 2007년 대한대장항문학회지에는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부산지역 대중탕의 온탕 29곳, 냉탕 22곳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가 실렸다. 온탕 4곳과 냉탕 3곳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온탕 4곳, 냉탕 2곳에서 검출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발견된 병원성 미생물은 상처가 있는 사람이나 면역저하자에게 감염될 수 있으므로 목욕탕 이용시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산대 의대 연구진도 “공중 목욕탕 욕조 물에서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므로 점막이나 개방성 창상이 노출되는 경우 위험성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논문에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