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사능 석고보드 건축 내장재로 대량 유통

기사승인 2009-10-04 1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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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방사능 물질인 라듐함량이 기준치를 넘는 석고보드가 건축 내장재로 시중에 대량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라듐성분에서 발생하는 라돈가스는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방사능 물질로, 자연상태보다 실내공간에서 농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건축내장제에는 라듐이 소량만 검출돼도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이 4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제출받은 석고보드와 석고시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검사 제품중 상당수가 ‘환경표지대상제품 및 인증기준’에서 정한 방사능지수 기준 1.0을 넘었다. 원자력연구원 분석결과, 2004년 석고보드 제조업체 A사가 분석요청 한 제품 6개중 1개가 방사능지수 1.12를 기록했다. 2008년과 2009년에도 A사 석고보드 제품 28개와 27개가 분석됐는데 이중 4개씩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B사가 2006년 검사 의뢰한 인산석고와 석고시료, 석고보드에서도 14개 가운데 5개가 기준치를 넘었다. 일부 시료는 2.65로 기준치의 2배를 초과했다. B사가 2007년 맡긴 시료 2건중 1건도 기준치를 넘었다.

이러한 검사 결과는 농협 자회사인 C화학이 이들 회사에 석고보드 원료로 공급하는 인산석고에 라듐 등 방사능 물질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인산석고는 인광석에서 비료 원료인 인을 추출하고 남은 폐기물이다. 정 의원실이 지난달 23일 C화학의 인산석고 중 일부 시료를 채취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방사능지수 분석을 의뢰한 결과, 라듐의 방사능 지수가 2.66을 기록했다. 또 라돈가스 측정 전문업체인 (주)알엔테크에 지난달 14일 채취한 시료의 농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라돈방출률은 7.8pCi/L(79.2㎡ 아파트 기준·공기 1리터내 라돈 방사능 농도)으로 나타났다. 알엔테크측은 “현행 라돈의 실내공기질 권고기준(4.0pCi/L)을 크게 초과해 건축자재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10년간 C화학은 연평균 B사에 43만8000t, A사에는 6만3000t의 인산석고를 공급해 324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정 의원은 “석고보드 1장당 사용되는 석고 6kg으로 환산하면, 해마다 A사와 B사는 각각 1050만장과 7300만장의 석고보드를 생산한 셈”이라며 “이는 매년 79.2㎡(24평형) 아파트 약 85만가구 건설이 가능한 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B사는 “C화학 원료를 분석해 방사능지수가 1.0을 넘으면 사용하지 않고 있고, 최근에는 방사능지수가 낮은 탈황석고를 섞어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A사는 “자체 방사능 기준을 0.50으로 잡아 철저한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C화학의 인산석고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C화학측은 “방사능 수치가 낮은 중국산 인광석을 수입하려 하고 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면서 “공정개선을 해서 석고품질을 높히려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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