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북한이 보냈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기사승인 2014-04-12 0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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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군 당국은 최근 발견된 3개의 소형 무인기를 북한 것이 확실하다고 11일 결론 내렸다. 하지만 제시된 증거가 모두 정황 증거에 불과해 북한이 발뺌을 할 경우 법적으로 책임을 따지는데 한계가 있다. 향후 조사에서 정부가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근거)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북한 소행 추정 근거 및 향후 조사=국방부가 소형 무인기를 북한 것으로 판단한 첫 번째 근거는 무인기들이 청와대와 1번 국도, 소청도와 대청도 등 주요 국가시설 및 군사시설 지역을 집중 촬영했다는 점이다. 사진 판독결과 파주 무인기는 1번 국도 상 북→남→북 방향으로, 백령도 무인기는 소청도→대청도 방향으로 다수의 군사시설이 포함된 지역의 상공을 이동하면서 촬영했다.

둘째, 연료통 크기와 엔진 배기량, 촬영 사진을 토대로 합동조사단이 추정한 항속거리는 최저 180㎞에서 최고 300㎞ 정도로 당시 기상조건과 왕복거리 등을 고려해볼 때 중국 일본 등 주변국에서 발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셋째, 북한이 이미 공개한 무인기와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의 형태와 도색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소형 무인기의 위장도색 색상과 패턴은 하늘색 동체 바탕에 흰색 문양으로 북한이 2012년 4월 김일성 주석 생일 사열식 방송과 2013년 3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1501군부대 방문 보도사진에서 공개된 것과 흡사하다.

넷째, 발견된 소형 무인기가 국내 민간에서 운용하고 있는 소형 무인기나 우리 군이 운영중인 무인항공기 형태와는 전혀 다르고 제작방식·제원·도색·세부 운영체제 등도 다른 형태라는 점이다. 가령 국내 민간에서는 파주·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와 같은 고가의 금형 틀을 사용하거나 전자회로 기판을 나무 판넬에 부착하는 방식은 사용하지 않는다.

다섯째, 소형 무인기에서 나온 지문을 감식한 결과 국내에서 등록되지 않은 지문이 파주 무인기와 백령도 무인기에서 각각 6점이 발견됐다. 이는 북한군이 소형 무인기를 발진시키는 과정에서 묻은 지문으로 분석됐다.

마지막으로 무인기 이륙에는 발사대와 장비가 필요한데, 파주 및 백령도에서 이런 물체가 발견되지 않았고 목격자나 신고자도 없었다.

한·미 과학조사단은 앞으로 무인기의 임무명령이 수록됐을 메모리칩을 분석해 정확한 임무와 이동경로를 파악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빠르면 2주, 늦어도 한 달 안에는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분석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무인기가 어디서 출발해 어떤 경로를 거쳐 무엇을 찍게 돼있었는지, 귀환 장소는 어디인지 등을 밝힐 수 있다. 하지만 전원이 꺼질 경우 임무명령이 자동 삭제되는 활성메모리칩을 북한이 사용했을 경우 증거를 찾기 힘들어진다.

◇새로 밝혀진 사실들=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의 저출력 아날로그 송신기 일련번호가 삭제된 사실이 확인됐다. 군 당국은 북한이 소형 무인기 제작 경로를 추적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분석했다.

백령도 무인기의 카메라와 근거리조정장치(RC) 수신기는 일본제, 위성항법장치(GPS) 안테나는 미국제, 엔진은 체코제, 낙하산과 중앙연산장치(CPU) 보드는 중국제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서보 모터(servo motor·구동기)는 한국의 하이텍 RCD사가 필리핀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중인 제품이다.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의 엔진과 자이로센서 및 서보모터는 일본제이며 비행조종컴퓨터의 CPU 보드는 중국제, GPS 보드는 스위스제, 송수신모듈은 미국제로 확인됐다. 특히 자이로센서를 이용한 자이로보드는 북한이 자체 제작한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했다. 파주·삼척 무인기에는 삼성전자에서 만든 4메가 D램 메모리칩이 사용됐다.

비행 추정시간은 파주·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의 경우 1시간50분,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2시간30분으로 분석됐다. 무인기가 사진을 촬영한 간격은 7~9초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jjkim@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