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많이 나왔네” 이석기 알수없는 미소… 체포동의안 압도적 표차이 결과 나오자

기사승인 2013-09-04 17: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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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많이 나왔네” 이석기 알수없는 미소… 체포동의안 압도적 표차이 결과 나오자

[쿠키 정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처리된 4일 국회 본회의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당사자인 이 의원은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결연한 표정으로 좌석에 앉아 있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현역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1986년 신한민주당 유성환 의원 이후 27년만이고 내람음모 혐의로는 처음이다.

이 의원은 신상발언에서 준비해 온 원고를 읽으며 무고함을 호소했다. 그는 “카톨릭 절두산 성지라고 한 저의 말이 국가정보원 녹취록에서는 결전 성지라고 나왔고, 총을 구하러 다니지 마라는 당부의 말이 총기 지시로 왜곡됐다”며 “단 하나의 증거도 없는 혐의 조작과 여론 재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잠시 저를 가둘 수는 있지만 자주 평화로 나아가는 우리 민족의 발걸음은 멈춰 세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발언이 끝나자 일부 새누리당 의원은 “도망가지 마라”고 소리쳤다.

앞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가 의사진행 발언을 했다. 전 원내대표는 체포동의안의 당론 찬성 방안을 밝혔다. 그러나 전 원내대표는 “왜 국정원 개혁이 논의되는 시점이 이 사건을 발표하는 지 의심스럽다”며 “이 사건은 사건대로, 국정원 개혁은 개혁대로 분명히 구분돼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진보당 의원들을 향해 “이 의원을 감싸면서 같이 자폭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회에 영원히 흠집으로 남고 역사의 쓰레기통에 묻히게 되는 것”이라며 “이 의원을 감옥에 보내고 통합진보당은 다시 태어나라”고 촉구했다.

오 원내대표는 “체포동의안이 적법한지 잘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발언과정이 순조롭지 못했다. 오 원내대표는 하 의원에게 “예의가 없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고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과도 말싸움을 벌였다.

새누리당 김진태, 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질의를 퍼부었다. 황 장관은 이 의원이 지하혁명조직(RO)의 결성 시기와 장소 등을 묻자 “수사 중”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이석기 의원은 시종 굳은 표정으로 지켜봤고 김선동 김미희 김재연 의원은 ‘체포동의안 결사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손에 들고 있다가 국회 직원들에게 제지당했다. 이석기 의원은 김재연 의원 등과 나란히 투표했다.

압도적 표차이로 가결된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이석기 의원은 “오, 많이 나왔네”라며 얼굴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반대·기권·무효를 합쳐 31표가 나온 것에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다른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도 민주당의 찬성당론 채택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반란표’가 많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는 본회의장 입구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들에게 “오늘 한국의 민주주의 시계는 멈췄다. 유신시계로 회귀했다”고 주장했다. 국회 본관 앞에 몰려온 지지자들에게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김동우 정건희 기자 eom@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