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朴대통령 “비정상 사례 찾아내 보고하세요”…하반기 국정운영 화두는 ‘비정상의 정상화’

기사승인 2013-08-22 0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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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朴대통령 “비정상 사례 찾아내 보고하세요”…하반기 국정운영 화두는 ‘비정상의 정상화’

[쿠키 정치] 박근혜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운영 화두가 ‘비정상의 정상화’로 정해졌다. 박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정책의 중심을 두되 정부 각 부처와 공공기관의 각종 비정상적인 관행·비리·제도를 선제적으로 찾아내 척결하는 데 정부 역량을 총동원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전과 이후 수차례 ‘비정상의 정상화’를 직접 언급해왔지만 정부 각 부처에 비정상 사례들을 수집하고 선제적으로 개선 방안을 찾아내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은 처음이다.

21일 청와대와 정부 등에 따르면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은 박근혜정부의 140개 국정과제를 실천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비정상 사례를 해당 부처별로 수집해 보고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과거의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으로 되돌려 기본이 바로 선 나라’의 후속조치 성격”이라며 “여러 제도와 관행, 법규 등의 비정상 부분을 정상화하는 작업을 사실상 청와대가 직접 챙기고 독려한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정기획수석실은 비정상 사례들이 일정 정도 수집되면 정상화를 위한 개선 방안을 각 부처에 제시하고 이를 부처별 국정과제와 연결시켜 평가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기 위해 대대적인 사정 드라이브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비정상 관행들이 일부 공직자들의 비리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만큼 제도 개선뿐 아니라 인적 청산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과거부터 이어온 각종 부패와 비리는 정치권과 국민들이 모두 힘을 모아야만 뿌리 뽑을 수 있다”며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사안을 중심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분야마다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하기 위한 난제들을 찾아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청와대 측은 “범정부 차원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자체적으로 진단해 스스로 개선해 나가자는 의미”라며 “모든 정부 부처, 공공기관이 과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으로, 하나의 대대적 ‘운동’이 시작됐다고 봐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 어젠다 ‘비정상의 정상화’… 140개 국정과제 실현 위한 구체적 수단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는 국가 전반에 걸쳐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목표이면서 동시에 박 대통령의 국정 기조인 국민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수단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6월 “새 정부의 개혁은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을 때만 해도 비리척결 의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비정상의 정상화는 더 넓은 범주의 구체적인 국가개혁 작업이라고 청와대는 단언한다.

◇140개 국정과제+α(알파)=비정상적인 관행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140개 국정과제는 실현 가능성을 더할 전망이다. 가령 A라는 국정과제가 있다면 A의 이행을 막는 비정상적 관행을 발굴하고 정상화시켜 A를 실현하는 식이다. 국정과제마다 ‘정상화시켜야 할 비정상 사례’들이 주석처럼 붙으면서 국정과제는 사실상 140개의 수배로 불어나게 되지만 오히려 구체성을 띠게 되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개혁 업무와는 무관해 보이는 ‘국정과제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에 잘못된 관행·비상식적인 제도를 찾아내 바로잡도록 주문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국정과제 달성 작업과 서로 선순환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각 정부 부처가 자체적으로는 파악하기 힘들거나 의도적으로 묵과할 수 있는 스스로의 잘못된 관행을 청와대가 객관적인 시각으로 찾아내라는 의미다.

◇“갑자기가 아니다”=박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거듭 강조하자 청와대 주변에서는 대대적인 사정(司正) 가능성을 포함해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오랫동안 일해 온 인사들은 21일 과거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했던 어젠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17대 대선을 준비하던 2007년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교육·부동산 분야 등에서 왜곡되고 비정상이 된 부분이 많다. 그런 것들을 정상화해서 선진국으로 가자는 것이 저의 비전”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적어도 이때부터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비정상적인 관행들이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정상화를 통해 국민행복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비정상 실태는…=이미 정부가 폭넓은 분야에서 정상화 작업을 수행한 정황들이 감지된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직후 이명박정부의 공기업·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발언이 신호탄으로 파악된다.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수감자에 대해 관행적으로 실시해 오던 광복절 특별사면이 박 대통령 임기 첫해에 실시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대 정부에서 방치했던 전직 대통령 미납 추징금을 적극 환수하는 작업, 원자력 발전소 납품비리 척결도 포함된다. 박 대통령이 전 정권과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4대강 사업을 비판하면서 ‘정리’를 지시한 대목도 마찬가지다. 남북관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부가 줄곧 강조했던 남북대화의 ‘국제 스탠더드 적용’, ‘회담 대표단의 급(級)’ 문제도 비정상적이었던 남북관계를 바로잡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유성열 기자 procol@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