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쿡기자]박 대통령이 엠바고 파기? 미워도 다시 한번 '저도의 추억'

기사승인 2013-08-02 10: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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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쿡기자]박 대통령이 엠바고 파기? 미워도 다시 한번 '저도의 추억'


[친절한 쿡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휴가지 패션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저도의 추억’이란 제목과 함께 올린 인증샷 다섯 컷 가운데 흑백 무늬가 있는 롱스커트를 입은 사진(사진)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국민일보의 8월 2일자 보도에 따르면 패션디자이너 박윤수씨는 “권위적이지 않아 친화적이며 부드러운 휴가지 패션"이라고 했고 이미지컨설턴트협회 정연아 회장은 “평소 긴 재킷을 입어 여성성을 감춘 채 대통령으로서 권위를 강조했던 박 대통령이 휴가지에선 여성미를 한껏 살리는 차림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머리를 질끈 묶고 편한 롱스커트를 입은 모습이 마치 옆집 아줌마 같은 친밀감을 줬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시장에서 비슷한 무늬의 긴치마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패션 감각에 관한 한 젬병인 쿡기자지만 박 대통령의 인증샷을 접한 순간 눈에 잘 띄는 <포토뉴스> 코너에 배치했습니다. 온종일 눈이 갔습니다. 한달 넘게
접하고 있는 지루한 장마와 무더위, 그리고 아귀다툼하는 정치뉴스 때문에 답답했던 마음을 녹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날 저녁엔 모처럼만에 만난 관선기자와 박 대통령의 인증샷을 한참 화두로 나눴습니다.

아무리 선한 내용이라도 욕설과 비방으로 도배질되는 인터넷 댓글 가운데에서도 괜찮은 반응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청와대 주인은 맨날 연출된 모습만 보고 살아온 우리국민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소박한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최규하 대통령 영부인의 한복 입으신 모습 이후 가장 소박한 모습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박한 모습참 보기는 좋네요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살아 생전에 농부들과 막걸리를 마시는 소박한 모습이 떠오르네요"

"서민 대통령은 호화요트를 타면서 입으로만 서민을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검소한 서민적 습관이 몸에 배어있어 서민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진정 서민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페이스북에 휴가중 사진을 공개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그동안 못마땅했지만 '미워도 다시 한번' 박근혜 대통령을 생각했을만한 반향을 일으킨 휴가지의 ‘냉장고 치마’ 패션이 공개된 건 박 대통령이 엠바고(일정시점까지 보도금지)를 파기했기 때문이라네요.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엠바고를 깬 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밤 휴가지인 경남 거제의 저도(猪島)를 떠나 청와대 관저로 돌아왔다. 페이스북에 올렸던 ‘추억 속의 저도’엔 4박5일의 휴가 중 1박2일만 머물렀다. 박 대통령은 관저에서 남은 휴가(3일 업무 복귀)를 보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저도에서 추억에 잠겨 있거나 청와대로 돌아오고 있었을 무렵, 청와대 춘추관(기자실)에선 예기치 않았던 소란이 벌어졌다. 29일 오후 7시쯤 청와대 관계자가 찾아와 반(半)강제적인 요구를 하면서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저도로 휴가를 떠났다는 사실을 절대로 기사로 쓰면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의 안보와 관련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휴가지를 기사로 쓴 언론사가 한 달간 청와대 출입정지를 당한 사례가 있다”고 강조하며 “‘저도로 갔을 것으로 관측된다’는 휴가지 예측 기사도 안 된다”고 했다. “(휴가지 예상 기사를 쓰는 언론에)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는 말도 했다.

그런데 ‘출입정지’ 운운하던 이 청와대 인사가 머쓱해질 일이 이튿날(지난달 30일) 일어났다. 박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추억 속의 저도’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휴가를 즐기고 있는 자신의 사진 5장을 공개해 버린 것이다. 대통령의 휴가지 저도를 보도하면 청와대에 출입정지시키겠다고 했으니 청와대 인사의 말대로라면 박 대통령이 출입정지 대상이 될 판이었다.>


보도의 진위와 경위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청와대 참모진과 중앙일보 사이에 나름 말못할 속사정과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이란 짐작이 듭니다.
얄궂은 언론에게는 대통령이 엠바고를 파기한 외양이 될 것이고 선의로 보면 대통령이 자신에 관한 사안에 대해 엠바고를 스스로 해제한 것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출입정지 운운할 걸 보니 청와대 참모진과 출입기자들 사이에 불통이 빚어낸 산물이 '대통령의 엠바기 파기' 사건으로 비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갑니다. 참모진의 맹목적 보안 마인드, 충성 마인드 뭐 이런 거 말입니다. “대통령님이 어떤 분이십니까? 이 나라의 최고통치자이십니다. 그런 대통령님을 어떻게…”

만일 이런 것에서 출발한 엠바고 소란이었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국민을 바라보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의 인식에 갭이 생긴다면 그거야말로 개탄을 금치 못할 사건이 아닐 수 없으니까요. 박 대통령에게 '저도의 추억'은 이래저래 오랫동안 오버랩될 것같습니다. 정재호 디지털뉴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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