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으로 간 꽃게잡이 배 "XXX야 있을 때 잘하지""

기사승인 2013-04-04 14: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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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한반도의 긴장이 정전 이후 최고조로 오른 3일 밤 꽃게잡이 배를 타고 북한으로 돌아간 탈북자가 있었다. 이 탈북자는 월북을 만류하는 선장에게 “있을 때 잘하지 XXX야”라는 말을 남겼다.

군 당국은 3일 밤 10시49분 꽃게잡이 어선이 서해 연평도 북방한계선(NLL)선을 넘어 갔다고 4일 밝혔다. 이 어선은 선주가 어선에 키를 꽂아 놓은 것을 연평도에 거주하던 탈북자 이모(28)씨가 몰래 타 북한으로 몰고 올라간 것이었다. 군 관계자는 “연평도에서 북으로 가는 최단 항로를 따라 갔다”며 “계획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연평도 항구에서 NLL까지는 5㎞정도의 거리였다. 군 당국이 꽃게잡이 배를 포착한 것은 밤 10시46분쯤, NLL 남쪽 1㎞ 지점. 월북을 막기에는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고 한다.

이씨는 2007년 3월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였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도 북한을 4번이나 탈북할 정도로 우여곡절을 겪은 인물이었다. 한국에 들어와 포항에서 정착한 이씨는 그 곳에서 꽃게잡이 선주를 만났다. 배를 타기 위해 연평도로 옮겨온 것은 2개월 전이었다. 이 때부터 월북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연평도 인근은 꽃게철이다. 남북간에는 전쟁을 위협하는 험악한 말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연평도 바다에는 어선들이 둥둥 떠다니며 꽃게를 잡고 있다. 꽃게잡이 배들은 좋은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밤에도 배를 띄워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어선이 NLL에 근접한 것을 초병이 발견해도 꽃게를 잡으려는 것인지, 월북하려는 것인지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이씨가 타고 간 배는 공교롭게도 레이더 사각 지대를 따라 올라갔다. 뒤늦게 발견했을 때에는 NLL을 넘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군 당국은 급히 선주를 찾아 배가 북으로 가고 있다고 연락했다. 선주는 이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도 통화가 되었다.

“돌아오라. 어쩌라고 그러느냐.”

선주의 당부에 이씨는 이렇게 답했다.

“XXX야 있을 때 잘하지”

평화로운 일상이 위협 받는 한반도의 상황과 맞물려 묘한 여운을 남기는 한마디였다.

(사진은 연평도 앞바다에서 꽃게잡이를 하는 어선. 기사와는 직접 관련이 없음.)

최현수 군사전문 기자,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