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1500억 기부…대권도전 장외 정치?

기사승인 2011-11-14 2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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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4일 1500억원대 기부를 놓고 ‘안철수 식(式) 장외정치’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원장은 잊혀질 만하면 한번씩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국민들로 하여금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기부가 결국 내년 대선에 뛰어들겠다는 안 원장의 간접 메시지란 분석도 나온다.

안 원장이 기부를 하면서 밝힌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연스레 정치적 행보와 관련지을 수 있다. 그는 “우리 사회가 큰 시련을 겪고 있다. 건강한 중산층이 무너지고 젊은 세대들이 좌절하고 있다”면서 “앞장서서 공동체를 위해 공헌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기부의 변(辯)’ 치고는 정치적 메시지가 아주 강하게 담겼다. 무엇보다 본인이 앞장서서 문제 해결에 뛰어든 것도 눈길을 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정치는 어렵고 힘든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인데 안 원장이 ‘큰 정치’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 원장이 생각하는 사회 문제 해결 방식의 일단도 엿보인다. 그는 이메일에서 “(현재의 문제들은) 국가와 사회가 일거에 모두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 등 시민사회계가 강조하는 공공 부문과 민간 영역의 ‘협동 거버넌스’와 맥을 같이하는 말이다.

기부 시점도 미묘하다. 최근 정치권에서 부유세 신설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에 안 원장이 전격적으로 선수를 친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유세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다. 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이한구 의원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유세는 나쁜 세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반면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 진보정당들에서는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 원장의 이번 기부가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몇 차례 계속 사회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또 해법과 직접 실천 방법까지 제시함으로써 정치권에 뛰어들기 위한 ‘당위(當爲)’를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 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원장이 빠른 시일 내 정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론지으려 한다고 들었다”며 “부인이 워낙 강하게 반대해 고민의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눔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는 안 원장의 순수한 기부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가 여태까지 보여온 이타적인 행보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연구소 측 관계자는 “원장님은 회사를 처음 차릴 때부터 ‘기업은 의미 있는 일을 다 같이 모여서 함께 하는 것’이라며 늘 사회 공헌 의사가 강했다”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