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잡스가 산 나경원을 잡았다…’박원순 당선의 일등공신은 스티브 잡스?

기사승인 2011-10-27 14: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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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잡스가 산 나경원을 잡았다…’박원순 당선의 일등공신은 스티브 잡스?

[쿠키 정치] ‘박원순 당선의 숨은 공신은 스티브 잡스.’

26일 치뤄진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가 시작된 후 박원순 범야권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트위터 등 SNS에는 이런 내용의 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는데 애플의 공동창업주 스티브 잡스 역시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처음 본 네티즌들은 순간 의아했다. 한국땅을 밟아 본 적도 없는 그가, 더구나 얼마전 고인이 된 그가 박원순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에 무슨 기여를 했을까. 하지만 그 의미를 알게 된 이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박원순 후보의 당선에 트위터로 유통된 목소리의 막강한 힘과 그로 인해 파생된 팟캐스트 등의 새로운 서비스가 강력한 영향을 준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고, 이런 시대적 변화를 이끈 스마트폰 보급의 선두주자였던 아이폰을 탄생시킨 것이 바로 스티브 잡스이기 때문이라는 색다르면서도 뼈가 있는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수십만명이었던 트위터 이용자는 현재 400만명으로 늘어났고, 이는 스마트폰 이용이 그만큼 확산됐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의 표현도 흥미롭다. 선거가 하루 지난 27일에도 ‘죽은 잡스가 산 나경원을 잡았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리자는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에게 이 기쁨의 일부를 바친다’ 등의 글들이 트위터를 장식하고 있다.

한편 이런 흐름에 융합되지 못하고 외면 혹은 견제의 시선만 들이대려 했던 당국의 대처는 오히려 여권에 대한 자극이라는 역풍만 양산했다.

지난 14일과 21일 트위터 이용자 7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던 선관위는 투표일을 이틀 앞둔 24일 유명인 ‘투표 인증샷’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선거일 투표인증샷에 대한 10문 10답’을 내놨다.

이에 트위터 이용자는 두려워하기는커녕 이를 비꼬는 다양한 형태의 인증샷을 올렸고, 일반인들 사이에 이름이 알려진 일부 인물들은 인증샷을 올리며 ‘선관위는 나를 처벌하라’고 대놓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6시 이후 퇴근한 직장인들의 투표율 상승 현상으로 이어져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전체 투표율이 6%가 오르기도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후 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말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참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10·26 재보선 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특히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젊은 세대들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기사모아보기